홍콩 관광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홍콩 관광청 페이스북
[일요신문] 국내 대형 여행사가 법적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홍콩 내 한 랜드사 대표 A 씨가 이 여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업계는 통상적으로 국내 본사가 패키지여행 등의 고객을 받으면 현지 랜드사가 이들에게 식사, 숙소, 차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A 씨는 여행사의 밀어 넣기 계약, 미수금 상환 등의 내용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폭행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본사 직원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며 패키지여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도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해외여행 중 가이드가 여행객들에게 ‘옵션 여행’을 강요하고 쇼핑센터로 이끄는 것은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됐다.
홍콩 현지 랜드사 대표 A 씨는 이 같은 현상을 “본사의 영업행태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여행사가 고객으로부터 여행비용을 받으면 그 일부를 랜드사가 건네받아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A 씨 주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B 여행사는 자체적으로 책정한 환율을 적용했다. 또한 이 같은 투어비가 지급하기로 한 날짜조차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불이익에도 랜드사가 문제를 쉽사리 제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랜드사는 여행사로부터 고객을 유치하지 않으면 사업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여러 경로의 거래처가 있지만 이들은 랜드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규모 업체였다.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여행사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A 씨는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4월까지 발생한 미수금이 약 3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참다못해 미수금 지급을 요청하자 여행사는 다른 방안을 제안했다. 더 많은 패키지 팀을 배정해 줄 테니 1인당 비용을 인하해 달라는 것이었다. 랜드사 입장에선 일만 늘어나고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그는 “패키지여행을 이용한 사람들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에서 적은 금액만을 랜드사에 집행해주니 그 금액에 맞추려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랜드사와 현지 가이드가 많은 피해를 입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A 씨가 제시한 식당 사업 관련 B사 사업보고서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A 씨가 식당 개업 작업 전반을 맡았다. 식당 입지, 가격 등 조건들을 조사한 그는 B 사 측에 이를 보고했다. 이에 B 사 직원은 확답을 미루다 “먼저 식당을 계획하며 랜드사가 선금을 지불하고 B 사가 나머지를 정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상부 보고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B 사 직원들은 A 씨와 함께 보고용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함께 만들었다. 비용 문제를 제기하자 ‘아직 최종 품의가 떨어지지 않았으니 기다려 달라’는 말뿐이었다. 이런 와중에 식당 사업은 꾸준히 진행됐고, 같은 해 11월 오픈하게 됐다.
하지만 식당 오픈 이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A 씨는 B 사 측으로부터 ‘함께 진행할 수 없다’는 일방적인 통지를 받았다. 여행사 전용 식당으로 개업할 계획이었기에 식당은 위치나 구조가 단체 손님을 받는 데 최적화돼 있었다. A 씨는 “적자가 쌓이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 사 측에서 먼저 제안했던 사업을 혼자 떠안게 된 A 씨는 B 사에 식당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B 사 측도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여행객들을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홍콩 내 다른 랜드사에 식당 이용을 독려하는 것이었다. 매출 증대에 큰 효과는 없었다. 식당은 앞으로도 2년의 계약이 더 남아 있는 상황이다.
A 씨는 이 같은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거래로 신고했다. 공정위 측에서는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더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A 씨에게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또한 업무방해, 손해배상 등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도 준비 중이다.
A 씨는 이외에도 B 사 간부직원 1명을 고소했다. A 씨는 지난 2013년 연말 B 사가 주최한 워크숍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B 사 간부에게 폭행을 당했다. A 씨는 “직원에게 할 얘기가 있어 공식 석상이 아니었기에 직책을 빼고 그의 이름만을 불렀다”면서 “그가 이런 행위를 문제 삼았고 그 자리에서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간부는 A 씨에게 먼저 연락을 해왔고, 2018년 4월 사과를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워크숍 일은 술이 너무 많이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질 때는 한쪽 손으로 내 아내의 어깨를 문지르며 나머지 손으로 등을 내리쳤다”고 덧붙였다. A 씨와 그의 아내는 이 건에 대해서도 강제추행으로 신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은 홍콩 경찰이 확보해 뒀으며 한국 경찰이 홍콩 측에 전달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A 씨는 전했다.
A 씨가 제기한 업무방해, 손해배상 등의 소송에서 피고소인으로 명시된 B 사 부사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 “그쪽에서 협박을 해서 물량을 더 받으려는 것이다. 사장님과 회장님께도 협박 메일이 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 분위기가 갑질에 예민한 분위기다보니 그들도 나서는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에 응할 계획이다. 소송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B 사 측은 식당 사업과 관련해선 “‘회사가 강요를 해서 사업을 진행했다가 회사가 발뺌하듯이 나왔다’는 주장은 말이 안되는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A 씨가 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지목한 간부직원은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A 씨는 이 간부에 대해 “20일 경찰 조사가 예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렇게 신고를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면서 “B 사는 여행 업계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들과 관계가 틀어지면 사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B 사와 거래가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고 강조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