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권 국가들 정부 지원 통해 급성장하지만, 경쟁 통해 녹색성장 발전할 것”
[일요신문] 하이드로겐 덴마크(Hydrogen Denmark)는 녹색성장을 위한 수소연료 및 수소에너지를 개발하고 상용화해 나가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산업협회다. 현재 덴마크 내에서 수소에너지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31곳이 협회에 소속돼 있다. ‘일요신문’에서 덴마크 코펜하겐 현지로 날아가 하이드로겐 덴마크의 테즈 로스츠센 젠슨(Tejs Laustsen Jensen) 대표를 직접 만나 수소에너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하이드로겐 덴마크(Hydrogen Denmark)의 테즈 로스츠센 젠슨(Tejs Laustsen Jensen) 대표. 민웅기 기자
—덴마크 정부가 녹색성장 비전을 제시하며 오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에서 수소연료가 왜 중요한가.
“화석연료를 퇴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덴마크는 풍력 발전을 비롯해 태양광, 바이오매스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생에너지는 생산이 일정치 않고 불안정적이다. 따라서 에너지가 생성됐을 때 미리 저장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여러 다른 용도로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기술 중 현재 가장 효율성 있는 방법은 수소로 만들어 저장하는 것이다. 수소가 에너지 낭비 없이 최대치로 저장할 수 있다. 훗날 화석연료를 100% 대체해 재생에너지로 전기 및 난방, 교통편 등도 사용하게 되면 수소 기술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덴마크 당국에서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데 현재 관련 기술은 거의 개발이 끝난 상태다.”
—하이드로겐 덴마크 협회 멤버들이 현재 집중하는 분야는.
“각 분야의 기업들이 모여 있어 어디에 집중하고 있다고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어느 기업은 충전소를 세우는 데 관심이 있고, 다른 기업은 저장능력, 또 다른 곳은 교통수단 등 다양하다.”
—덴마크 정부가 세운 ‘2050년을 향한 에너지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하이드로겐 덴마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뭔가.
“수소에너지 기술 개발로 덴마크 정부가 목표를 더 빠르고 효율성 있게 달성할 수 있게 기여할 수 있다. 우리 협회가 녹색성장 분야에 관련법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법적 기반을 바탕으로 협회 멤버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실행 가능하게 된다.”
—정부의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교통수단이다. 수소차 역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매우 늦다. 우리는 수소차 교통수단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봤다.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승용차가 개발되고 보편화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점점 대형 트럭이나 버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덴마크는 완성차 기업이 없기 때문에 수소차 개발에 압박을 줄 수 없다. 다만 수소차 충전소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그런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또한 다행인 것은 느리지만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수소차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이 증가하면 수소차 발전도 빨라질 거라 기대하고 있다.”
—덴마크가 수소차 충전소를 세계 최초로 설립했지만, 인프라 구축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다.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국토 끝에서 끝까지 수소차로 갈 수 있는 나라는 현재 덴마크뿐이다. 독일이 충전소를 늘리며 따라잡고 있다(웃음). 하지만 인프라 시설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미래를 위해서는 더 늘려야 한다. 수소차와 충전소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협회에도 충전소 관련 멤버가 있다. 수소차 가격이 낮아져 수요량이 늘어날 때를 보고 있다.”
—현재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동차의 경우 휘발유 차량보다 수소차의 연료 충전 가격이 약 2배 정도 비싸다. 수소차의 경제성이 있겠는가.
“결국 대량 생산으로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우리 협회 멤버들이 이에 필요한 세부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협회에서는 3년 안에 산업용 대규모 수소 생산 시설이 갖춰질 것이라고 본다.”
—하이드로겐 덴마크가 봤을 때 글로벌 수소 산업의 성장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다고 보는가.
녹색성장을 위한 수소연료 및 수소에너지를 개발하고 상용화해 나가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산업 협회 ‘하이드로겐 덴마크’.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수소 산업에 정부 차원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선도적으로 산업을 이끌면서 의식이 안 되는가. 경쟁국가라고 생각하는 나라가 있다면.
“덴마크가 선제적으로 개발에 나섰고, 아직도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도 많이 성장했다. 노르웨이 프랑스 영국 한국 일본 등 경쟁은 의식하고 있다. EU에서는 사기업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게 완전히 금지돼 있다. 반면 중국이나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큰 투자를 받고 있다. 우리로선 상황이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경쟁하는 게 좋다고 본다. 기술 경쟁을 통해 발전하고, 수소 산업과 녹색성장이 활성화되니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수소버스 개발에 투자하면, 하이드로겐 덴마크 협회 기업 중 한 곳이 버스 부속품을 생산해 수출할 수도 있다.”
—투자가 늘어난 아시아 국가에서 덴마크 기업에 투자나 인수합병 제안을 한 사례가 있나.
“내가 협회를 대표하고 있지만, 멤버들끼리도 그러한 내용은 비밀로 하고 있다. 멤버이면서 동시에 경쟁사들이다 보니 소문이 흘러나올까 경계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러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 덴마크 정부가 지원해 덴마크와 한국이 협력한 경우도 있었다.”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녹색성장을 강조하며 친환경 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화석연료를 이용한 개발산업 비중이 높은 국가도 많다. 이러한 국가들도 결국 수소 기술 등 친환경 정책을 따라오리라 보는가.
“우리는 그럴 거라 믿고 있다. 그렇지 않은 상황은 상상하기 무섭다. 또한 녹색성장은 지구를 살리는 취지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이 커 매력적인 산업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수소차나 수소산업과 관련된 정책이 거의 없다. 덴마크가 이 분야에 선도적 위치에 있으니 조언할 만한 정책이나 법이 있다면.
“한국은 이미 현대차의 수소차로 유명하다(웃음).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공공지원과 연구가 중요하다. 또한 자신의 국가 에너지 시스템이 어떤 형태인지 전반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어느 부문이 부족한지, 수소에너지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딘지 확인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전기·난방·교통수단 등 각 분야를 다 함께 봐야지, 분류해 보면 비싸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코펜하겐=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