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로 생중계, 관심은 ‘잠잠’
이번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때와 마찬가지로 재판 전 과정이 TV로 생중계됐다. 재판부가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재판부가 언론사들의 생중계 허가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지난해 10월부터 모든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20일 선고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게다가 벌써 1년 6개월의 시간이 흐른 탓일까.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를 앞두고 진행한 법정 방청권 추점에는 애초 배정된 좌석(30석)에 미달하는 24명의 신청자만 응했다. 선고 당일 추가로 방청객이 들어왔지만 법정은 선고 내내 별다른 소동 없이 조용했고, 서울중앙지법에도 10여 명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가 찾아 TV 등으로 시청한 게 전부였다.
# 특활비는 국고손실 혐의 적용…공직선거법도 ‘유죄’
국정농단 사건과 별개로 추가 수사·기소된 이번 사건은 혐의가 2가지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최측근 3명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서 총 35억 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을 받았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과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치러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있다. 당시 청와대가 친박계 인사들을 당선 가능성이 큰 대구와 서울 강남권에 공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예비후보들의 성향과 인지도를 살피기 위해 이른바 ‘진박 감정용’ 불법 여론조사를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특활비 수수 사건으로는 징역 12년과 벌금 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구형했다. 공천개입 사건에 대해선 징역 3년 등 모두 15년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두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로부터 3년 기간 걸쳐 30억 원에 이르는 돈을 받는 등 국가가 입은 손실 규모가 상당하다”며 “특별사업비 중 일부를 사저 관리, 의상실 유지비용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임 기간 중 국정원장 3명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전달한 것을 지적하며, 국정원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책임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궁극적 책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음에도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오랜 기간 비서관에게 책임을 미루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엄격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에서 견해를 달리한다는 이유로 특정 세력을 배척하고 계획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경선 전략을 수립했다”며 “이런 행위는 국민이 준 권한을 훼손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 이대로 형 확정되면 징역 32년…“줄지 않을 듯”
징역 8년이 추가된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혐의 1심 재판에서 받은 징역 24년을 더해 형량은 모두 32년이 됐다. 1심에서 징역 24년이 선고된 국정농단 사건이 다음달 24일 2심 선고가 예정되는 등 2심 선고가 남아 있지만, 양형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실제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국정농단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 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1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구형했는데,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자신과 최순실 씨의 사익 추구에 남용했다”며 “청와대 안가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기업 총수들과 서로 현안을 해결하는 등 정경유착을 보였고, 대통령이나 정부에 비판적인지를 기조로 삼아 문화계를 편 가르기 했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지 않아, 32년으로 늘어난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를 하지 않아서 지금 검찰만 항소를 한 상황 아니냐”며 “물론 2심에서 18개 혐의 중 유무죄 판단이 1심과 달라져 무죄 영역이 늘어나면 형량이 줄겠지만 항소 자체를 하지 않을 정도로 법정 다툼이 없는데 재판부가 갑자기 무죄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고 풀이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박 전 대통령은 항소도 않고 재판도 불참하는 등 형량 등 법정 내 투쟁보다는 법정 외 투쟁을 선택하지 않았냐”며 “지금 박 전 대통령에게는 혐의 중 1~2개가 무죄로 바뀌어 징역이 2~3년이 줄어드는 점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