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는 시대상황에 대한 편승행위다. 5·16 세력은 4·19혁명 이후의 혼란한 사회상에, 12·12세력은 현직 대통령의 시해인 10·26 사태에 각각 편승했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질서유지와 민생안정이 쿠데타의 명분이 된다.
쿠데타의 모의는 소수의 주도세력에 의해 은밀히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거세음모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집권을 지속하기 위한 친위쿠데타라고해도 군부 내에 반대세력이 있을 것이므로 모의가 공개돼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쿠데타 음모를 사전에 적발하는 게 국군기무사의 주임무이다. 지금 이 기관이 계엄을 모의했다는 의혹의 한 가운데에서 존폐의 기로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국론이 양분돼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던 작년 3월에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계엄 대비 문서로 인한 것이다. 사건의 핵심은 문서가 당시 상황에 대한 단순 검토용이냐, 실행을 위한 것이냐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을 조사할 특별수사단의 설치와, 관련 기관과 부대 사이에서 오고 간 모든 기록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쿠데타 음모일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문서의 내용이나 작성과정에 쿠데타 음모로 보기에 언뜻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이 문서가 작성 직후 당시 국방장관에게 보고됐다는 사실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이다. 전군의 지휘권을 지닌 장관에게 보고됐다는 것은 군 전체에 공개되고, 공유된 문서임을 뜻한다. 국방장관과 상의하는 쿠데타는 쿠데타의 일반원칙과 맞지 않는다. 더욱이 국방장관이나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을 대신한 국무총리가 시민의 시위를 빌미로 계엄을 선포하다는 것은 ‘쿠데타는 없다’는 국민의 믿음에 대한 감당할 수 없는 배반이다. 촛불시위대와 태극기시위대는 ‘혁명’ ‘내란’하며 서로 대립했지만 쿠데타의 빌미가 될 수도 있는 폭력은 자제했다.
한국에서 쿠데타가 불가능해진 가장 큰 원인은 사병들의 핸드폰이라는 우스개도 있으나 쿠데타를 막는 가장 강력한 힘은 시민의식으로 무장한 국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국민을 믿고, 쿠데타 걱정보다 경제회복에 더 매진하면 좋겠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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