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 김부각, 간장게장 대란을 일으키며 ‘완판 여신’ 대열에 낀 그룹 마마무의 화사. MBC ‘나 혼자 산다’ 캡처.
지난 6월 8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화사는 이와 같은 현상의 산 증인이다. 털털한 일상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몇 분 컷으로 지나갔던 ‘곱창 먹방’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덕이다.
사실 방송 내용은 단순했다. 밖에 나갔다가 눈에 보이는 곱창집에 들어가 소곱창 2인분에 전골, 볶음밥을 먹었을 뿐이다. 방송에서 업소의 상호가 직접적으로 공개됐다거나 제작진에게 특별히 홍보를 부탁한 것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처럼 단순히 ‘지나가다가 들른 식당에서 맛있게 먹었다’라는 이유만으로 전국적인 곱창 대란이 일어났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해시태그(단어 앞에 #표시를 붙여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태그) ‘화사곱창’이 유행을 탈 정도였다. “화사의 곱창 먹방을 보고 났더니 먹고 싶어져서 들렀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이렇게 되자 화사가 직접 방문했던 곱창집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곱창집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인파로 물량 소진 휴업 상태에 빠지게 됐다. 화사가 방문한 곱창집의 경우는 “일요일에 쉰 적이 없었는데 방송 이후 손님들이 몰려 물량이 부족하게 돼서 부득이하게 쉬어야 한다”고 행복한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이곳은 방송 직후 대기 손님만 100팀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상황. 이렇게 되자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축산부산물협회가 화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에 이른다.
‘화사효과’로 물량이 소진된 곱창가게. SNS 캡처.
화사에 앞서 ‘의도하지 않은 PPL’로 대란을 이어간 사례로는 같은 방송사의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의 이영자가 있다. 휴게소 투어에서 이영자가 각별히 칭찬했던 안성휴게소의 ‘소떡소떡’이 그 예다.
그의 먹방에 힘입어 안성휴게소를 비롯해 일부 휴게소에만 입점돼 있었던 소떡소떡은 이제 어느 휴게소를 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방송 초기에는 사먹기 위해 휴게소를 빙 두를 정도로 긴 줄을 서야 했지만 현재는 다소 열기가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휴게소 판매 음식 가운데서도 부동의 인기를 자랑했던 ‘알감자 튀김’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소떡소떡 이외에도 이영자의 휴게소 먹방 덕에 전체 휴게소 음식 판매 매출이 2배 이상 뛴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자가 소개한 휴게소 맛집 탐방을 위해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이용객들도 늘었다. 안성휴게소가 아니어도 다른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소떡소떡을 사 인증샷을 찍는 이용객들도 눈에 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이영자의 경우는 PPL 요청을 잘 받지 않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특히 먹을 것과 관련해서는 본인이 밀고 있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선택에 까다롭다고 들었다”라며 “지금 대중들에게 이영자는 ‘믿고 따라 먹을 수 있는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가 식품업계에 끼칠 영향력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화사에 대해서는 “대란을 이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는 샛별 수준이다. 하지만 방송 두 번만으로 막대한 파급력을 보였으니 앞으로 홍보 제의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했던 대중들이 의도된 PPL을 얼마나 잘 읽어내고 또 거부감을 느낄지는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음식 대란과는 조금 결을 달리 하지만, 또 다른 의도치 않은 완판 대열에 이름을 올렸던 여성 연예인들이 있다. “만취해도 무너지지 않는 파운데이션” 대란을 일으켰던 홍진영과 제작진들마저 홀린 듯 구매하게 만든 소녀시대 윤아의 경우다.
홍진영은 tvN ‘인생 술집’에 출연해 홍조를 완벽하게 가리는 파운데이션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바 있다. 술에 취해 목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는데 얼굴빛이 전혀 변하지 않자 파운데이션 브랜드를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가수 홍진영은 tvN ‘인생술집’에 출연해 음주로 인한 홍조를 완벽히 커버하는 메이크업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tvN ‘인생술집’ 캡처.
홍진영은 “하루에도 몇 천 통이 넘는 화장품 문의를 받아서 답변해 드렸다”라며 “그랬더니 당시에 제가 쓰던 파운데이션, 메이크업 스펀지, 컨실러, 비비크림 등이 전부 품절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홍진영이 직접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 이달 말 론칭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아의 경우는 JTBC ‘효리네 민박2’에서 자신이 직접 가져온 와플 기계로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능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PPL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지만 제작진이 직접 “윤아의 집에서 가져온 것이며 PD들도 윤아를 보고 하나씩 장만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당시 ‘효리네 민박’의 경우는 PPL을 자동차, 음료수, 청소기, 매트리스 등 4개로 한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종 가전제품 업체에서는 와플 기계 품절 대란이 일었다.
이처럼 정식 PPL 제품보다 더 큰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체를 업계 관계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연예계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사실 PPL이 말 그대로는 ‘간접 광고’라고는 해도 대중들이 바보가 아닌데 카메라에 버젓이 보이는 상품 브랜드를 못 본 척할 리가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PPL로 넣었다가 오히려 반감만 받고 홍보 효과는 거의 못 누리는 경우도 많았다. 식품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고 짚었다.
이어 “비싼 돈 들여서 홍보를 부탁하는 제품보다 소 뒷발로 쥐 잡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얻어 걸리는 경우가 더 큰 효과를 보고 있어 우리도 살짝 얼떨떨하다”면서 “일반적인 PPL이 하나의 제품과 그 브랜드만을 홍보해 왔다면, 최근 현상은 제품의 큰 카테고리가 홍보됨으로써 그 카테고리 내의 다른 모든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보는 식인 것 같다. 이전 방식에 매몰되지 않고 변화된 트렌드를 빨리 읽어 시류를 따라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