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일본 최초의 한인교회 ‘동경교회’의 2016년 전경. 사진=민웅기 기자
그런데 이러한 동경교회가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일요신문도 지난 2016년 1월 관련 내용을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단독보도] 일본 최초 한인교회 ‘동경교회’ 갈등 내막).
갈등의 중심에는 담임목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 아무개 씨가 있었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동경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돼 위임받았다.
하지만 김 씨는 동경교회 목사로 선임된 직후부터 교단의 헌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과 장로들로 구성된 교회 내 공동의회를 중심으로 교회를 자신의 뜻대로 운영했다고 한다. 이에 교단에서 여러 차례 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김 씨는 “교회 최고 의결기관은 내가 아닌 공동의회”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로 선거 부정개표 의혹과 재신임 투표, 교단 치리부의 조사 거부 등 교단 및 교회 내 교인들과 갈등을 벌이던 김 씨는 결국 교단으로부터 지난 2015년 7월 2일부로 목사 면직 확정판결을 받았다.
교단의 면직 결정에도 김 씨는 여전히 동경교회 홈페이지와 안내서 등에 본인을 담임목사라 소개하고, 동경교회 단상에 올라 설교를 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단 탈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김 씨는 “동경교회는 이미 교인 3분의 2 찬성을 받아 교단 탈퇴를 결정했다. 지금까지는 재일대한기독교교회라는 포괄단체에 포함돼 있었는데, 이제 서로 목적이 다르니 갈라선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일본 도쿄도에 제출할 탈퇴신청서를 준비하기 위해 법적 수속을 밟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 씨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교단 탈퇴 찬성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결격사유가 있었다고 반발했다. 교단 탈퇴를 위한 공동의회를 소집할 때 김 씨는 이미 정직상태였기 때문에 소집자격이 없어 애초에 무효였고, 투표 과정에서도 관리가 전혀 안 돼 공정성이 떨어졌다는 것.
교단과 교회 장로로 있는 A 씨는 “돌이켜 생각해보니 김 씨가 동경교회에 처음 왔을 때부터 교인들과 교단을 이간질하고, 교회 인사권을 자신에게 몰아달라고 한 것이 처음부터 동경교회를 자신의 손에 넣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결국 동경교회 정상화를 바란다는 기치를 내건 교인 48명은 지난 2016년 4월 일본 동경지방재판소(한국의 1심 법원)에 대표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에 대항한 교인들에 따르면 일요신문의 2016년 1월 보도 이후, 또한 재판이 진행된 2년여 동안 김 씨는 자신의 지위 보전을 위해 교인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교회로서 상상할 수 없는 운영을 했다고 한다. 앞서 A 씨는 “교인들이 아무 때나 교회를 찾아 기도를 할 수 없게 됐다. 전날 미리 신청해 교회의 허가를 받아야 본당에 들어가 기도가 가능했다. 따라서 김 씨에 반대하는 교인들은 꿈도 못 꿨다”며 “심지어 교회 곳곳에 보안용 감시 카메라도 설치해 교회 출입을 감시하고 제한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맞서 김 씨에 문제 제기를 한 장로와 교인들은 법정 다툼과 별개로, 2년 넘게 매주 일요일에 교회 앞에서 플래카드와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동경교회는 1908년 독립운동가 조만식 선생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사진=민웅기 기자
그러던 중 소송에 들어간 지 2년여 만인 지난 7월 19일 동경지방재판소에서 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 김 씨에게 대표자격이 없음을 확인한다”며 “피고 김 씨가 동경교회의 대표역원(담임목사)을 퇴임당했으므로, 이를 변경등기 수속하라”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 재판소의 판결이 나자 소송을 제기했던 교인들은 성명서를 통해 “친가족처럼 지내오던 동경교회 식구들이 이번 사태로 인해 서로 불신하고 심각한 갈등으로 대립과 증오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모두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이제는 더 이상 서로 간의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란다. 우리가 초심으로 돌아가면 우리의 상처는 분명 회복될 수 있다. 교단의 헌법과 규칙에 따라 교회질서를 회복하고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기도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김 씨 측은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인 측은 “아직까지 자신을 믿고 따르는 교인들을 설득해 최고재판소(2심), 고등법원(3심)까지 가려고 하는 것 같다”며 “시간 끌기 작전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늦어도 내년 초에는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일본 법원의 판결에 대해 동경교회 측 관계자는 “교회 기본방침이 판결과 관련해서 따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릴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본 최초의 한인교회 동경교회가 갈등을 해결하고 110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