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건립 중단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 24일이다. 시는 이날 오거돈 부산시장의 민선 7기 출범에 즈음해 5월 23일 착공한 부산오페라하우스 공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시의 방침에 따라 ‘오페라하우스 관리 운영 및 재정 효율화 방안 등 검토 용역’도 중단됐다. 이 용역은 지난 4월 시작해 12월까지 실시될 예정이었다.
부산시가 건립 중단을 발표한 오페라하우스 예상 조감도.
이로써 2008년 5월 롯데그룹과 건립기부 약정을 체결한 지 10년 만에 착공한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상황에 놓였다. 시가 전면 재검토로 갑자기 방향을 튼 것은 오거돈 시장의 의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문현금융단지 내에 내년 4월 개관할 예정인 뮤지컬 전용극장이나 2020년 부산시민공원에 개관할 부산국제아트센터 등 다른 공연시설과 중복된다”며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가 오페라하우스 건립 중단에 나선 속내는 따로 있어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사업 재검토의 배경으로 시설 등의 기능 중복을 내세우지만,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날 운영비용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큰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시는 오페라하우스 연간 운영비로 250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총 건립비 2500억 원 가운데 롯데그룹의 기부금 1000억 원을 제외한 1500억 원도 부산시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중복된 시설에 막대한 사업비를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 대다수의 공통된 논리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문제를 향후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리한다는 입장이다. 오거돈 시장은 25일 오후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구역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페라하우스 향방을 묻는 질문에 “오페라하우스 설립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시민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답했다. 오페라하우스 사업구역에 야구장을 짓는 방안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산시의 조심스런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중단되자 자연스레 야구장 건립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해당 부지 및 롯데그룹이 낸 기부금의 향후 활용방안을 두고 야구장 건립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사직야구장의 노후화로 인해 야구장 건립 문제가 당면문제로 떠오른 것도 이유가 된다.
실제 부산시의 한 고위직 간부는 사견임을 전제로 “야구장 건립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며 의견을 나타냈다. 지역 유력 일간지 편집국 간부도 관련 내용이 알려진 후 기자와 가진 사석에서 “부산 하면 야구다. 명품야구장 건립의 적기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재 북항에 야구장을 건립하는 문제를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야구장 건립에 찬성하는 이들은 부산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나 피츠버그의 PNC 파크 등과 같은 멋진 수변구장이 들어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2000년 개장한 최신식 야구장인 AT&T 파크는 바다와 맞닿은 구장으로 유명하다. 주변 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먹을거리도 많다.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한 곳이 됐다. 부산의 야구팬들은 바로 이 같은 구장이 북항에 들어서기를 바란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를 연고로 하는 구단의 팀명도 부산과 같은 ‘자이언츠’다.
PNC 파크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홈구장으로 지난 2001년에 개장했다. 우리에게는 ‘국내리그 KBO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인 강정호 선수 때문에 비교적 많이 알려졌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중단 관련 보도에 댓글을 단 한 시민은 “정말 잘한 결정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못지않은 짓이었는데 다행이다. 왜 우리는 싱가포르 마리나샌즈와 같은 아이디어를 못 내는가. 오페라하우스처럼 남이 해놓은 것 베껴봐야 명성을 얻겠냐”며 의견을 나타냈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중단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시민들이 고급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시가 나서서 박탈하려 든다는 게 비판에 나선 이들의 기본 요지다.
“그런 논리라면 영화의전당은 왜 지었나. 쓸데없는 짓 하지마라”고 시를 꼬집기고 하고, “오페라하우스와 일반 뮤지컬전용관 및 아트센터는 내부시설부터가 서로 다르다. 이걸 야구장으로 대체한다니 너무나 천박한 생각에 말도 안 나온다”며 시를 강하게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제 오페라하우스 건설 지속 여부 및 야구장 대체 건립 문제는 ‘공론화’라는 테이블 위에 오르게 됐다. 향후 진행될 공론화 과정에서 입장 차이로 인한 뜨거운 논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시가 대다수 시민들을 납득시킬 만한 명쾌한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