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소뉴타운은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일대의 재정비촉진지구다. 이석우 전 시장 시절인 2007년 11월 26일 재개발촉진구역으로 고시됐지만 11년이 지난 오늘까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남양주시청 전경.
현재 추진위 1개소, 조합설립인가 3개소, 사업시행인가 5개소가 진행 중이며, 도곡1지구만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주를 준비 중이다. 도곡1지구의 이주는 내년 4월까지로 정해졌지만 이주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철거와 착공은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양주에는 덕소 지구, 지금·도농 지구, 퇴계원 지구 등 3개의 뉴타운 지구가 있다. 이중 덕소뉴타운은 63만 6847㎡의 면적과 계획인구 1만 9975명으로 다른 두 곳을 합한 수준의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잦은 계획변경 등으로 인해 사업은 번번이 늦춰졌다.
지난 23일 남양주시의회 제252회 본회의에서 김현택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덕소뉴타운 지역 시민들의 불편함을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시에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07년 3월 제144회 임시회 당시에도 뉴타운 사업은 성공사례가 없었고 사유재산 침해 소지가 있어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시가 부동산 상승 기대 세력의 지지를 받고 뉴타운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면서 “덕소뉴타운 지구는 주민들에 대한 사업 설명도 턱없이 부족하게 진행됐고 최초 상업중심지역으로 신청했다가 경기도가 적절치 않다고 하자 다시 기존 아파트 단지를 졸속으로 편입해 주거전용지구로 재신청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 왔다”고 호되게 질책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해당 지역 주택가에는 도시가스도 연결하지 않은 곳이 많고 상가는 공실에 수리도 어려운 상태며, 건물 신축 같은 재산권 행사도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에 대한 불신과 원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덕소뉴타운 인근에서 김 의원의 발언에 반색하고 나서는 시민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와부읍 주민들은 10년 넘게 지연된 뉴타운 사업에 대해 공통적으로 불만을 갖고 있었다. 불만은 주택소유자도 상가소유자도 마찬가지였다.
한 시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건비 등 비용이 들어가는데 조합은 시공사 정하는 것도 더디고 시는 조합이 해야 할 일이라면서 두 손 놓고 있는 것 같다”면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지쳐간다”고 했다.
뉴타운을 반대한다는 시민은 “상가에 대한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대로 가면 우리보고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면서 뉴타운 지구 해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덕소뉴타운은 교착상태를 오래 유지해왔다.
시 도시재생과는 덕소뉴타운에 대해 “건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사업성이 떨어진 것”을 첫 번째 지연 이유로 꼽았다. 충분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사업 지구가 소규모로 구획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적은 면적에 조합원이 많은 점이 “조합과 대기업 건설사의 발목을 잡았다”면서 시청 측 주장을 일견 뒷받침하는 발언을 했다. 시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김현택 의원은 이 같은 주장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조합은 민간에서 구성해 운영하지만 도시 계획은 시에서 세우고 진행하는 점에서 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적지 않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사업성이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건설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묻자 김 의원은 “계획 수정을 통해 기반시설을 줄여 주는 방식이라든지 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시가 몇몇 조합 대표를 만나는 선에서 그치지 말고 책임감을 갖고 현장에서 시민과 만나 시민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김 의원은 “덕소뉴타운은 잘못된 정책이 얼마나 많은 주민과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면서 “뉴타운 사업이 실현 가능한 지구는 조속히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 지원에 나서고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지구는 해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