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는 왜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게 됐을까. 해발 16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공기 밀도가 낮고 건조한 지역이다. 공기 밀도가 낮아 공기의 저항을 덜 받는 탓에 투구 구속은 더 나오지만 변화구가 밋밋하게 들어가고 타자가 친 공이 공기 저항을 덜 받아 더 멀리 날아간다. 다른 구장에선 평범한 외야 플라이 아웃이 될 공이 쿠어스필드에선 홈런이 되는 경우가 잦다. 또한 공기 밀도가 낮아 호흡에도 영향을 주는데 공을 오래 던지는 선발 투수가 호흡에 곤란을 느낄 경우를 대비해 더그아웃에 산소 호흡기를 비치해두고 있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쿠어스필드를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부르게 된 것.
콜로라도 로키스 페이스북에 소개된 오승환 영입 소식.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도 쿠어스필드에선 좋지 않은 추억을 갖고 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통산 17시즌 평균자책점이 4.36이었는데 쿠어스필드 등판 18경기 평균자책점이 무려 6.06이었다.
류현진도 쿠어스필드는 악몽으로 기억된다. 2017 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0.2이닝 동안 17실점 12자책 평균자책점 10.13을 기록했다. 물론 2014년 6월에는 쿠어스필드에 등판해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시즌 7승을 거뒀던 추억도 갖고 있다. 당시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쿠어스필드가 왜 어렵다고 하는지 절감했다. 고지대를 의식해 더 낮게 던지려 했던 전략이 주효했다”며 만만치 않은 등판이었음을 밝혔다.
반면에 2005년 콜로라도로 트레이드됐던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9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두며 역대 13번째 쿠어스필드 완봉승 투수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오승환의 콜로라도행과 관련 국내외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인 편이다. 타자 친화적인 쿠어스필드의 환경적인 요인과 함께 오승환이 뜬공 비율이 높은 투수라는 이유 때문이다.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오승환이지만 탈삼진을 제외한 아웃카운트는 땅볼보다 뜬공으로 잡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올 시즌 뜬공 타구 비율이 50.4%. 오승환의 공을 타자가 칠 경우 절반 이상이 공중으로 뜬다는 얘기. 쿠어스필드에서는 이런 뜬공이 홈런이나 장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오승환의 콜로라도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오승환이 상대팀 투수로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올랐을 때 성적이 1이닝 1피안타 2K 무실점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2005년 8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활약했던 김선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오승환의 콜로라도행과 관련 다음과 같은 조언을 건넸다.
“(오)승환이는 원래 큰 무대를 많이 경험했던 선수다. 한국에서 일본 갔을 때도, 30대 중반이 다 된 나이에 일본에서 미국을 향했을 때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그는 모든 상황들을 잘 이겨냈고 실력으로 증명해냈다. 최근 토론토에서 보인 성적이나 흐름이 아주 좋았다. 그 자신감을 갖고 콜로라도에 입성한다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을 것 같다.”
김 위원은 쿠어스필드에서 좋은 투구를 펼치려면 그 구장에 맞는 투구 패턴을 찾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래 오승환이 던지는 투구 패턴이 있을 것이다. 그대로 던질 경우 처음 한두 번은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이전과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솔직히 야구인으로서 오승환이 어떤 변화를 주게 될지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싶다. 쿠어스필드에 최적화된 자신만의 투구 방식을 찾아내고 그걸 잘 응용한다면 오승환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 위원에게 선수 시절 쿠어스필드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을 던졌는지를 물었다. 그는 “공 던지는 느낌부터 달랐다”면서 “선발로 던지는 날에는 유독 에너지 소모가 컸다”고 설명했다.
“아마 구속은 이전보다 좀 더 높게 나올 것이다. 대신 변화구의 각도가 약간 줄어든다. 몸이 조금 가벼워진 듯하고 공을 던질 때 미끄러운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변화구를 던져도 조금씩 각도를 짧게 던졌고 좀 더 낮게 투구하면서 타이밍을 뺏는 데 주력했다. 완전히 먹힌 타구가 멀리 날아갈 때는 황당해지기도 한다.”
김 위원이 콜로라도로 트레이드됐을 때는 그 팀에 김병현이 속해 있었다. 김 위원은 김병현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김병현이 많은 도움을 줬다. 콜로라도의 팀 문화에 대해 귀띔해줬고 선수들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는지 조언도 많이 해줬다. 병현이가 있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오승환으로선 시즌 후반기에 트레이드된 부분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미 오승환의 실력은 다른 팀 선수들도 알고 있는 터라 콜로라도 선수들이 오승환을 반갑게 맞이해줄 것으로 보인다.”
김선우 위원은 오승환의 구종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곁들였다.
“오승환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두 구종을 던지는 투수다. 물론 뜬공 비율이 높은 투수이긴 하지만 쿠어스필드에서의 패스트볼, 즉 돌직구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싶다. 쿠어스필드에서 공기 저항을 덜 받은 타구가 멀리 나가는 확률이 높지만 그 데이터가 오승환한테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고 싶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내셔널리그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6일 현재 콜로라도는 시즌 전적 54승 47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에 자리하고 있다. 1위 LA 다저스와는 1.5경기 차,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 애틀랜타와도 1.5경기 차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문이 열려있다. 콜로라도는 올 시즌을 앞두고 불펜 투수 제이크 맥기와 재계약했고 자유계약선수(FA)인 브라이언 쇼, 웨이드 데이비스를 영입하며 불펜에만 1억 달러를 넘게 썼다. 하지만 콜로라도 구원진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5.29로 내셔널리그 최하위, 메이저리그 29위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승환의 영입은 불펜진에 안정감을 가져다 줄 것임이 분명하다.
김선우 위원은 “오승환은 이미 한국시리즈, 재팬시리즈 등을 경험하며 빅게임의 무게감을 즐길 줄 아는 선수”라면서 “콜로라도가 가을야구에 진출하려는 노력과 움직임이 오승환을 자극해 투쟁심을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 가지.
“오승환이 매번 쿠어스필드에서만 등판하는 건 아니다. 동부지구에 있을 때도 내로라하는 강타자들을 상대했던 터라 원정 서부팀을 상대할 때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임박해서 트레이드됐다는 건 그만큼 오승환의 실력이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두 경기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시즌 마칠 때까지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불펜을 이어간다면 오승환의 콜로라도행은 분명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될 것이다.”
한편 추신수는 오승환의 콜로라도행 관련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팀으로 트레이드돼서 다행”이라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승환이라면 쿠어스필드에서도 멋진 투구를 펼칠 것”이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류현진 복귀 시기는…“내 자리? 제대로 던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 오승환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콜로라도 로키스에 합류하면서 같은 지구에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후반기 동안 다저스와 로키스는 모두 일곱 차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허벅지 안쪽 내전근 부상으로 재활 중인 류현진의 몸 상태와 복귀 시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7월 26일, 애리조나 캐멀백 랜치 글렌데일에 마련된 다저스 훈련장에서 2이닝 38개 투구의 라이브피칭을 소화했다. 29일 같은 장소에서 3이닝의 라이브피칭을 한 번 더 던진 후 LA로 이동할 예정이다. 애리조나 루키리그 선수 3명을 상대로 한 라이브 피칭 당시의 류현진. 류현진은 약 3개월 만에 마운드에 올라 애리조나 루키리그 선수 3명을 상대로 라이브 피칭을 한 소감으로 “불펜 피칭했을 때보다 더 괜찮았다”면서 “투구할 때 보폭이 시즌 때랑 비슷하게 나왔고 던질 때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류현진의 라이브피칭은 부상 후 처음 갖는 라이브피칭 치고 상당히 안정감 있게 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피칭 후 류현진의 표정이 밝았다. 애리조나의 날씨는 살인적이었다. 아침부터 40도를 찍은 기온은 한낮이 되니 45도에 육박했다. 류현진의 라이브피칭이 시작된 시간은 낮 12시 30분. 그런 환경에도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류현진의 복귀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현지 언론에서는 류현진의 재활 과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중이다. 다저스 전담 기자들 중 일부는 류현진이 복귀하면 포화 상태인 다저스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의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내 자리가 있고없고보다는 내 몸이 괜찮아진 상태에서 제대로 던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른 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류현진은 부상 전만 해도 올 시즌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2로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한창 좋은 모습을 보이다 갑작스런 부상을 당한 부분이 그를 절망에 빠트리게 했을 수도 있을 터. 그러나 류현진은 편하게 받아들였고 현실을 인정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후회하기보다는 부상을 그냥 ‘사고’라고 생각했다는 것. 류현진이 다저스 마운드에 복귀할 시기는 언제쯤일까. 지금의 패턴대로 재활이 이뤄진다면 늦어도 8월 중순 전에는 건강한 몸으로 투구하는 류현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