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컷오프를 통과한 김진표 이해찬 송영길 의원. 박은숙 기자
컷오프를 통과한 세 의원은 투표 전 연설에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우선 다소 딱딱하고 강성 이미지의 이해찬 의원은 “이경규하고 강호동이 하는 ‘한끼줍쇼’ 프로그램 보셨죠. 한 표만 주십시오”라며 우스갯소리를 선보였다. 김진표 의원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라며 당내 대표적인 ‘정책통’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해찬 김진표 의원에 비해 친문 색채가 옅은 송영길 의원은 통합을 강조했다. 송 의원은 비문계로 분류됐지만 지난해 대선 때 선거대책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송 의원은 후보 연설에서 “저는 통합의 아이콘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우리 당이 친문 비문을 넘어서 하나로 모여야 됩니다”라며 표를 호소했다.
정치권에선 송 의원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분석한다. 당초 컷오프 통과도 불투명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돌풍’을 일으킨 셈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유일한 호남 출신이라는 점, 비문 진영의 표 몰아주기, 친문계의 표 분산, 동정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지난 2016년 컷오프에서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충격의 탈락을 맛봤었다. 이번 컷오프를 앞두고는 가장 열정적인 선거운동을 한 후보로 꼽혔다.
김진표 이해찬 의원은 친문계 지원사격을 등에 업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통하는 이른바 ‘3철’ 중 전해철 의원이 김 의원을, 양정철 이호철 전 비서관이 이 의원을 각각 지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을 따르는 친문 소장파 그룹에선 악화된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김 의원 등판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한다. 친노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의원은 친문 진영의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컷오프 결과를 살펴보면 친문계의 표심을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당 주류이자 다수인 친문 진영의 표는 주로 이해찬 김진표 의원에게로 갈렸고, 나머지는 송 의원 등에게로 향했다. 이는 향후 전당대회에서 과연 친문계가 이해찬 김진표 의원 중 누구를 선택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반면, 친문 핵심 인사로 꼽히는 박범계 최재성 의원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이에 대해 앞서의 민주당 의원은 “이해찬과 김진표로 일찌감치 대세가 형성됐다. 박범계 최재성 의원이 둘을 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 전당대회까지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 계산에 의해 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면서 “송 의원의 경우 워낙에 맨투맨으로 접촉을 해 인간적인 측면에서 투표를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라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