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편찬원이 발간한 국역 봉호일기. 사진=서울역사편찬원
봉호일기는 영・정조대 양반 ‘조진택’이 약 30년간의 자신의 일상생활을 기록한 일기로 원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필사본(총 2권)이며, 서울역사편찬원에서 ‘(국역)봉호일기’ 1권으로 이번에 발간했다.
조진택은 풍양조씨 가문 사람으로 그의 아버지 조정(趙晸)은 조엄(趙曮)의 쌍둥이 동생으로 조엄은 조선 후기 통신사로 일본에 갔을 때 고구마 종자를 가져온 인물이다.
당시 유력가문의 일원이었던 조진택은 중앙 관직에 있는 친인척이 많았기 때문에 시험장에서는 시험관인 이모부를 피해 다른 곳에서 응시해야 했으며 과거급제 이후 조정에서 일하면서 병조 좌랑으로 뽑혔어도 외사촌이 이미 병조에 있었기 때문에 결국 관직을 제수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일기에서는 조진택은 서울 계동 박순장의 집을 사서 이사하는데, 그곳은 바로 작은아버지 조엄의 이웃집이었다. 분가한지 17년에 집을 구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이곳은 좁아서 오래 살수는 없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또한, 조진택이 지방에서 관직생활을 하다가 중앙 관직에 임명된 후 도성안으로 다시 이사했는데 조진택은 이 집을 ‘두옥(斗屋)’이라고 표현할 만큼 아주 작고 너무 누추한 집이라고 표현했다.
일기 가운데 주목할 것은 당시 조선시대 양반들도 오늘날 강남의 봉은사와 압구정 등 강남일대에서 다른 방식으로 즐겼다는 사실이다.
조진택은 지인들과 함께 배를 띄어 한강을 건너 낮에는 봉은사의 향로전과 시왕전을 구경했고 저녁때는 고심정(古心亭)과 압구정에 올라 주변의 경관을 보면서 강남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즐겼다.
한편, 이번에 발간한 봉호일기는 시민청 지하 1층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향후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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