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서 경험이 있어 더위는 문제 없다”던 한화 외야수 제러드 호잉. 사진=SBS sports 중계화면 캡처
[일요신문]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2일엔 서울지역 낮 최고 온도가 38℃를 넘어서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위는 한낮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최저기온 또한 오전 9시 기준 29.2℃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낮에 이어 열대야까지 지속되는 더위에 스포츠 또한 몸살을 앓는다. 야외 활동이 필연적인 스포츠는 기록적인 폭염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폭염 취소 가능성은?
프로스포츠는 대부분 더위가 조금이나마 잦아드는 저녁 시간대에 경기가 열린다. 낮경기가 진행되는 주말에도 여름철이면 저녁대로 시간을 옮긴다. 한여름 진행되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 아직까지 더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사례는 없다.
다만 프로야구 2군 경기인 퓨처스리그만은 예외다. 지난 17일 경산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됐다. 경기 시작 예정 시간은 오후 4시였다. 당시 경북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37℃까지 올라갔다.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폭염취소’가 이어졌다. 이튿날에는 경산에 이어 익산에서도 경기가 취소됐고 20일에는 4경기 전체가 취소되기도 했다.
지난 22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LG 경기에서 얼음주머니로 열을 식히는 배트걸. 연합뉴스
정규리그 경기 또한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 가능성이 존재한다. KBO는 ‘경기 개시 예정 시간에 폭염 주의보가 발령돼 있을 경우 경기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으로 확인 후 심판위원 및 경기관리인과 협의해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이와 관련해 KBO 관계자는 “규정상으로는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일몰 시간에 가까운 오후 6시 30분에 열리기 때문에 취소되는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경기는 시작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더위로 도저히 경기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취소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K리그에서는 폭염에 대한 세부 규정은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4월 미세먼지로 인한 경기 취소 또는 연기 규정을 신설한 바 있다. 연맹 관계자는 “온도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면서 “다만 천재지변 정도의 수준이라면 경기가 취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맹 규정에는 ‘악천후,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에 의해 경기개최불능 또는 중지 됐을 경우, 재경기는 원칙적으로 동일 경기장에서 개최한다”는 부분이 존재한다.
또한 이 관계자는 “경기가 취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쿨링 브레이크를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쿨링 브레이크는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축구경기 당시 도입된 제도다. 전후반 30분 이후 경기를 잠시 중단하고 선수들에게 물을 마실 기회를 준다. 쿨링 브레이크 또한 경기감독관이 실시 여부를 판단한다.
#더위의 고장 ‘대프리카’에서는…
각 구단 또한 여름 나기에 대책을 찾고 있다. 더위를 피해 한낮의 훈련 시간을 뒤로 미루거나 훈련량 자체를 줄여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한다. 영양제, 보양식 등으로 선수들의 영양 보충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대프리카(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말)’라고도 불리는 무더위의 고장 대구에는 KBO리그, K리그 구단이 1개씩 위치해 있다. 이들은 어떻게 무더위에 대처하고 있을까.
30℃를 웃돌던 문학경기장 내·외부
K리그 대구 FC는 선수단 컨디션 조절에 여념이 없다. 강한 햇빛을 피해 오후 5시 이후로 훈련 시간을 편성한다. 선수들에게는 얼음 욕조를 제공해 피로회복을 돕는다. 대구 구단 관계자는 “관중들에게는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이벤트 등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중석에선 ‘손풍기’ 열풍
무더위도 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열정은 꺾지 못한다. 혹서기 들어서도 프로야구 관중에 두드러지는 변화는 없었다.
지난 24일부터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과 SK의 주중 3연전에도 꾸준히 1만 3000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들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면서도 열정적으로 응원에 임했다.
경기에 집중을 한다지만 더위를 잊을 수는 없다. 이 기간 문학경기장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 한 손에 ‘손풍기(손에 쥐고 다닐 만한 작은 크기의 선풍기)’를 쥐고 있었다. 이들은 틈틈이 손풍기로 땀을 식혔다. 관중들뿐만 아니라 중계진, 경기장 입구에 선 입장권 검사요원도 손풍기를 애용하고 있었다. 대형 전광판에서도 관중들에게 아이스팩과 손풍기 사용을 권장했다.
관중들의 더위를 식히는 데 일조한 클래퍼.
‘문학경기장의 자랑’ 바베큐석에서는 가정용 선풍기도 등장했다. 바베큐석은 전기 콘센트와 테이블이 있어 가정용 선풍기를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응원석에서는 두꺼운 종이를 부채모양으로 엇갈려 접는 응원도구인 클래퍼가 눈에 띄었다. 흔히 막대풍선이 야구장을 뒤덮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관중들은 클래퍼를 응원도구로 이용하면서도 수시로 부채질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 구단 관계자는 “클래퍼는 블랙 유니폼 이벤트와 관련해서 관중들께 나눠 드린 것”이라면서도 “조금이나마 경기를 보시는 데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