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으로 유명한 가수 윤형주가 회사 자금 등 41억 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연합뉴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7월 13일 윤형주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따른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형주가 회사 자금 가운데 31억 원을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개인 계좌로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이와 더불어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인을 직원으로 채용한 뒤 월급을 주는 등 배임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경찰은 윤형주가 서초동 고급빌라 구입대금, 인테리어 비용, 지인 월급 등으로 총 11억 원의 회사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이 혐의를 확인한 전체 횡령 및 배임 금액은 42억 원 상당이다.
윤형주를 고소한 이 회사 전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은 그가 2009년 부동산 개발 시행사를 인수하고 대형 물류단지 개발 사업 투자금 약 100억 원 상당을 끌어 모은 뒤, 10년 가까이 사업을 진행하지 않은 점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윤형주를 상대로 한 횡령 및 배임 고소장을 접수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윤형주의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을 주업종으로 하는 중소기업 ‘빌드드림’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윤형주가 대표이사직을 맡아 왔으나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동생인 윤 아무개 씨가 대표이사로 재임 중이다. 그러나 사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안은 모두 회장인 윤형주가 주도해 관리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인구직사이트에 게시된 윤형주의 빌드드림 사무실 내부 사진. 사진=잡코리아
물류단지 조성 후 연 고용 인원이 1만여 명에 달할 것이라는 홍보에 안성시민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등했다. 더욱이 이 사업이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황은성 안성시장의 정책 협약을 통해 발표됐다는 이유로 “도와 시와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라면 엎어질 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팽배했다.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들과 중장비 기계·중고차 매매업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첫 삽을 뜨기 전부터 삐걱거렸다. 안성시에 따르면 보개물류단지는 당초 2013년 연말 준공을 예정해 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서 물류단지 관련 제도를 개정하면서 2013년 10월 사업 자체가 폐기됐다. 이 당시 토지주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와 같은 사업 폐기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이유 없이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은 2014년 12월경 새롭게 국토부의 실수요 검증을 받았으며, 그 직후인 2015년 1월부터 정식 추진된다고 안성시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미 이 과정에서 규모도 당초 30만 평에서 21만 9179평(72만 4558㎡)으로 축소됐고, 단지 조성 사업비 3800억 원도 3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더욱이 시의 홍보와는 달리 사업은 계속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관계 부처가 요구하는 평가와 검증을 다시 거쳐야 한다는 이유였다.
보개물류단지 조감도.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윤형주가 직접 나섰다. 그는 지난 5월 1일, 주민합동설명회에 참석해 “투자 자금 확보에 대한 확실한 준비가 됐다”며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사업 규모가 당초 계획됐던 것에 비해 또 한 차례 축소됐다. 15만 8271평(52만 6519㎡)의 면적에 1726억 원을 투자해 2019년 1월 공사 착공, 2020년 12월 준공한다는 내용이었다.
투자자들과 토지주들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당시 주민합동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윤형주가 직접 통장까지 보여주며 ‘이 정도의 자금이 있으니 사업 운영 자체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토지주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았다. 아예 사업 내용을 듣지도 않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윤형주가 공개한 통장 계좌에는 약 103억 원 상당의 예금 잔고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계좌가 빌드드림 법인 명의의 계좌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윤형주가 빌드드림의 전 대표 한 아무개 씨와 소송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한 씨는 2016~2017년 1년 동안 빌드드림의 대표를 맡아 윤형주를 대신해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윤형주가 사업권을 다시 되찾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형주는 한 씨가 사업권을 소유했던 시기 토지주들과 체결했던 계약을 원천 무효로 돌릴 방침까지 밝힌 상황이다. 이렇게 사업권을 두고 분쟁이 붙으면서 한 씨는 다른 빌드드림 관계자와 투자자들과 함께 윤형주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고, 윤형주는 이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해 맞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윤형주가 고소한 사건은 현재 평택지청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착공을 앞두고 또 다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 인허가 승인을 냈던 경기도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도 물류단지조성사업 분야 담당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저희로서는 국토교통부의 검증을 받은 민간사업자가 추진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사업 자체에 개입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경기도는 사업 인허가 승인 기관으로서, 만일 재판까지 가서 양측의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에 투자자나 토지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자체를 전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형주는 횡령과 배임 혐의를 전면 부정하면서도 명확한 답변은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횡령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에 빌려준 차입금이 있어 그것을 사용한 것일 뿐 횡령이 아니다”라며 “검찰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만을 짧게 밝혔다.
공식 대응 대신 윤형주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친목단체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무혐의를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앞선 (사기 혐의) 고소 건을 취하해 달라는 제안을 완강히 거부했던 결과 중 한 가지라 생각한다”라며 “횡령이라는 너무나 황당한 일을 만나게 됐으나 모든 결백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다. 명예나 자존심, 대중들로부터의 반응을 중요시 여겨 이런 일에 소극적이거나 눈치를 보는 그런 공인으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으로 재임 중인 윤형주는 현재 봉사활동 차 필리핀에 머물고 있으며 주말 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형주는 송창식, 조영남, 이장희, 김세환과 함께 한 포크송 그룹 ‘세시봉’으로 유명세를 떨쳤으며, 시인 윤동주의 6촌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