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들이 나름의 ‘이름값’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를 기용하면 그들의 개런티를 감당하기 위해 제작비가 상승하지만 이로 인해 광고 수급이 좋아지며 전체 파이가 커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톱스타부터 신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등장해 경쟁을 벌인 올해 방송가의 성적표를 통해 입증됐다.
#‘스타=흥행’, 등식은 유효했다!
스타는 팬을 몰고 다닌다. 그들을 보기 위해 일부러 신작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는 팬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사람이 모이니 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야 하는 광고주가 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돌아간다.
tvN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하는 배우 이병헌의 회당 출연료는 1억 50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제작비 430억 원이 투입된 ‘미스터 션샤인’. 방송사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실패하면 안 되는 드라마’다. 그들의 선택은 이병헌이었다.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지만 연기력만큼은 재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논란은 방송 시작과 함께 점차 사그라졌다. 그의 빼어난 연기를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이들이 많았다. 그 결과 ‘미스터 션샤인’은 이미 전국 시청률 12%를 돌파해 올해 방송된 케이블 드라마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제 불과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아 시청률 20% 고지를 넘은 후 역대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거둔 ‘도깨비’를 제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상반기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거둔 작품은 SBS ‘리턴’이었다. 주연 배우 고현정과 제작진의 불화가 불거지며 고현정이 중도하차했지만 방송 내내 화제를 모으며 최고 시청률 17.4%를 기록했다. 고현정의 연기력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상반기를 대표하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 드라마는 각각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tvN ‘라이브’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손예진이라는 흥행불패카드를 내세워 성공을 거두는 동시에 정해인이라는 걸출한 신인까지 배출했고, 이광수와 정유미가 호흡을 맞춘 ‘라이브’ 역시 호평받았다. 명품 치정극이라 평가받는 JTBC ‘미스티’는 어떠한가. 김남주의 컴백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몰이에 성공했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방송 중인 작품의 면면을 봐도 스타 파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사랑의 온도’와 ‘황금빛 내인생’으로 각각 스타덤에 오른 양세종과 신혜선이 호흡을 맞춘 SBS 신작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시작과 함께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며 SBS 드라마의 자존심을 되찾아왔다. 조승우·이동욱이 짝을 이룬 JTBC ‘라이프’ 역시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5%를 기록하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왜 스타가 출연하면 성공 확률이 높나?
스타는 분명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스타 한 명만으로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높은 출연료를 받는 그들이 밥값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대한 유혹자’ 현장 스틸. 사진 출처=MBC 홈페이지
물론 그 과정에서 제작비는 상승한다. 배우 외에 작가, 감독에게도 적잖은 개런티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들이 뭉쳐 대중의 관심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광고가 붙는다. 제작지원 외에 간접광고 요청도 쇄도한다. 한 중견 외주제작사 대표는 “스타는 돈을 돌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제작사와 방송사는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기꺼이 스타를 섭외하려 한다”며 “스타의 이름값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크게 높여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감한 신인 기용, 결과는 어땠나?
올해 드라마 시장에서는 과감한 시도가 많았다. 통상 몸값 비싼 스타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주중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신인들이 대거 발탁됐다. 높은 출연료에 대한 부담을 더는 동시에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경영진 교체 후 7주간의 재정비 기간을 거친 MBC 드라마국은 배우 우도환·조이를 내세운 ‘위대한 유혹자’, 장기용·진기주 주연의 ‘이리와 안아줘’ 등을 편성했다. ‘위대한 유혹자’는 1.5%라는 역대 MBC 드라마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리와 안아줘’ 역시 시청률 3∼5%를 맴돌다 조용히 막을 내렸다. 현재 방송 중인 ‘시간’ 역시 김정현이라는 신인 카드를 내세웠지만 3∼4% 수준이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신인을 주인공으로 기용하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그만큼 광고 수주는 떨어지고, 성공 확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도가 거듭 실패하면 결국 채널 선호도 역시 하락하게 된다. 드라마 명가로 주목받던 MBC가 최근 배우나 외주제작사들 사이에서 선호도 후순위로 밀린 이유”라며 “스타들의 비싼 몸값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결국 그들의 이름값에 기대 손을 잡게 되며 계속 몸값을 밀어 올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