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하지만 당 안팎의 상황은 홍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6월 24일 김종필 전 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내가 나가면 당 지지율이 오른다고 했다. 당 지지율이 오르는가 한번 보자”고 말했다. 그런데 홍 전 대표가 떠난 후 한국당의 지지율은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홍 전 대표는 자신이 떠난 후에도 한국당 지지율이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떨어지면 이를 명분으로 복귀하려 했을 텐데 가장 좋은 복귀 명분이 사라진 셈”이라며 “홍 전 대표가 물러난 후 우리 당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크게 줄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등 외부요인에 의한 반사효과가 가장 크지만 홍 전 대표가 물러난 것도 지지율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때 우리 당 후보들이 홍 전 대표가 자기 지역에 유세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나. 홍 전 대표가 지지율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인데 근본적인 변화 없이 돌아오겠다고 하면 반길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홍 전 대표가 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3월 김성태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홍 전 대표의 막말 이미지를 완화시키기 위해 ‘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홍 전 대표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홍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런 코미디 같은 쇼는 탁현민(청와대 행정관)이나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홍 전 대표가 당에 필요한 인물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당 대표로 복귀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거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패한 후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재신임 성격의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홍 전 대표 본인이 조기 전당대회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재임 기간 당무감사를 통해 대대적인 당협위원장 물갈이를 하는 등 당내 조직을 다져왔지만 그들이 끝까지 우군이 되어줄지도 알 수 없다. 바른정당 복당파는 홍 전 대표 재임 기간 주요 당직을 맡으며 친홍계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홍 전 대표와 선을 그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복당파인 김성태 원내대표는 홍 전 대표가 노회찬 전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자 이를 옹호하기보단 “자연인이 된 마당인데 무슨 이야기를 못 하겠느냐”며 홍 전 대표의 발언을 평가절하했다.
바른미래당 의원 중 상당수가 홍 전 대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차기 총선 전 보수 통합을 원하는 의원들이 많은데 홍 전 대표가 돌아오면 통합 논의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당과 통합 논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 곤란하지만 굳이 가정을 해본다면 당연히 (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홍 전 대표가 당에 복귀하는 것까지는 문제 삼을 수 없겠지만 당 대표가 된다든지 주요 당직을 맡아 당 전면에 나서면 우리 당내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희 정치연구소 박정희 소장은 홍 전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를 통해 복귀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다른 정당의 전당대회 결과가 중요하다. 다른 정당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홍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홍 전 대표가 성공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막말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막말 공세에 시달리다 지방선거에 참패하고도 지금도 막말성 이야기를 한다. 홍 전 대표가 품격 있는 보수로 변신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홍 전 대표가 곧바로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것은 명분이 없고, 다른 방식으로 복귀해 대권행보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당에서는 여당에 맞서 싸울 만한, 이슈 파이팅을 할 만한 강력한 정치인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런 과정에서 홍 전 대표의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홍 전 대표 측 강남훈 특보는 정치 복귀 계획에 대해 “전당대회를 언제 할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아직 언급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보궐선거 출마 등 현재 정해진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홍 전 대표의 복귀를 반대하는 당내 의견에 대해서는 “정치에 복귀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홍 전 대표가 판단할 일”이라며 “그런 의견에 대해서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