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작은 마을인 바졸레에 가면 아주 희한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포악하기로 유명한 짐승인 악어와 마을 주민들이 보란 듯이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마을 호수에는 150마리의 악어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두 성질이 온순하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과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가령 얼마나 평화로운지 대범하게 악어 옆에서 놀거나 심지어 등에 올라타거나 쓰다듬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다. 아낙네들은 호숫가에서 빨래를 하거나 인근 텃밭에서 농사를 짓기도 하며, 아이들 역시 악어가 있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호숫가에서 마음껏 뛰어놀곤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여기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15세기 무렵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던 원주민들이 악어의 도움을 받아 호수를 발견해 목숨을 구했고, 당시 호수를 발견했던 주민들이 터를 잡은 곳이 현재의 바졸레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 악어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서 주민들은 악어를 극진히 보살피면서 함께 살기 시작했으며, 악어를 마치 수호신이나 위대한 예언자처럼 숭배하기에 이르렀다. 매년 악어를 위한 ‘쿰 라크레’라는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 때문일까. 지난 70년 동안 악어에게 물리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설령 물린다 해도 이는 조상이 내리는 벌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바졸레 마을에는 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지구온난화로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호수가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질 경우 생계마저 위협받게 될 처지에 놓인 주민들은 먼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악어가 다시 한 번 마을을 살려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출처 ‘아더티 센트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