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택 전 대표는 2008년 3월 총선 직전 한나라당 공천 파동이 벌어졌을 당시 친박계를 대표해 삭발투쟁까지 했었다. 이후 ‘공천학살’에 반발해 서청원 대표와 친박연대를 만들어 지금까지 당을 이끌어왔다.
심대평 대표의 국민중심연합과의 합당선언 및 번복, 당대표직 사퇴 등 불과 며칠 새에 혼란스런 사태를 겪은 이 전 대표는 요즘 언론과의 접촉도 피한 채 참담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당 대표직을 전격 사퇴한 지난달 31일 어렵게 이규택 전 대표와 전화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담긴 듯 격정적인 어조로 자신의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털어놓았다.
―급작스레 당 대표직을 사임한 이유는 무엇인가.
▲희망연대 후보 등록자가 몇백 명이나 된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구제방법은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합당을 했으니 당대표로서 양심적으로 도저히 한나라당엔 들어갈 수가 없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겠나. 당대표인 나도 모르게 (서청원 대표가) 합당 선언을 해버렸는데 대신 다른 사람에게 책임지라고 할 수도 없고 내가 당을 던져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미래희망연대 내에 서청원 대표에 반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사실 서 대표 논리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보수대연합 차원에서 한나라당과 장기적으로 합쳐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방법과 시기와 절차가 잘못됐다는 거다. 출마자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나. 우리가 2년 동안 키운 당인데 한나라당에 들어가면서 무언가 지분을 요구해야 하는데 서 대표는 아무런 조건 없는 합당을 선언했다. 그것이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왜 항복하다시피 합당을 결정하는가. 박 전 대표를 위한다면 그럴 수가 없다.
―미래희망연대와 한나라당의 합당을 박근혜 전 대표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 (박 전 대표에게) 의견을 구한 적도 없고 박 전 대표는 그 부분에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지금 미래희망연대가 한나라당과 합당하는 것이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될지 나는 모르겠다. 내 생각은 우리가 보다 세력을 키워서 합당을 하더라도 2012년 총선 전에 하자는 거였다. 그때가 되면 분명히 한나라당에서 먼저 합당 얘기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내 목표는 그거였는데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려 너무 억울하고 비통하다. 오로지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신념으로 꾸려왔는데 꽃을 못 피우고 이렇게 져버리니 너무 억울하다. 통곡도 여러 번 했다. 가슴이 답답해 통 잠도 못 자고 요즘 집에도 못 들어간다.
―심대평 대표와는 그간 어떻게 합당 논의를 해왔던 건가.
▲2월경 심 대표가 만나자고 해서 만났더니 ‘친박연대가 어차피 치고 나갈 바에는 당을 만들어 가지고 가면 시너지 효과도 있고 얼마나 좋겠느냐. 본인은 박근혜 전 대표의 원칙과 정도, 신뢰에 대해 존경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대선이 있는) 2012년에 좀 도와달라’고 했더니 그러겠다며 ‘한번 같이 손을 잡고 가십시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더니 3월 초에 갑자기 당에서 누군가에 의해서 한나라당과 정부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지 말고 합당 논의가 있으니 자제하라 해서 (심대평 대표와의) 논의가 중단됐다. 당 상황이 그래서 좀 기다려달라고 말했었다. 그랬다가 (국민중심연합) 창당대회 때 와달라고 해서 갔다가 그렇게 (합당 의사를 밝히게) 된 것이다.
―창당대회에서 심대평 신당과의 합당 의사를 밝힌 뒤 하루 만에 번복했는데.
▲결국 그 일은 해프닝이었다. 결과적으로 확정된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 아니었고 논의 중에 서청원 대표가 노철래 원내대표를 통해 옥중서한으로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발표했다. 그러니까 심대평 대표 측에서도 깜짝 놀란 거다. 자기네 창당이 임박한 상황에 갑작스런 변수가 생기는 바람에 급작스럽게 합당 선언 비슷한 발표를 하게 된 거다.
―심대평 대표 측과의 연대 가능성은 남아 있나.
▲이미 물 건너간 일이다. 미래희망연대가 없어진 마당에 합당은 어려워졌다. 나 혼자 그리로 들어가는 건 나를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일부 친박 세력들이 ‘제2의 친박당’인 ‘친박연합’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규택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데.
▲지금 이 마당에서 제2의 친박당을 만든다는 거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또 다른 신당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아직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사실 막막하다. 모두 내가 힘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당 대표직은 사임했지만 아직 한나라당과 합당하는 7월까지 석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관망하면서 생각해 보겠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