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 79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 1조 9150억 원을 기록한 KB금융에 약 1200억 원가량 뒤졌다, 우리은행은 1조 305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하나금융은 1조 3038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재선임이 결정된 후 밝게 웃으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감소했지만 경상이익 기준으로는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지난해 1분기 계열사인 신한카드에서 발생한 일회성 요인인 대손충당금 환입(세후 2800억 원)을 제외한 경상이익은 11.3% 증가했다.
그러나 KB금융의 상승세가 더 강했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1107억 원이던 신한금융과 순익 격차를 2분기 말 1194억 원으로 소폭 늘렸다. 특히 카드사에서 신한금융과 KB금융의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은행 다음으로 많은 순이익을 내던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281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312억 원보다 55.3% 감소했다. 반면 KB국민카드는 168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9.8%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채권 대금 307여억 원 등 일회성 요인이 포함된 것이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카드수수료 수익이 증가세를 보이며 실적 선방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카드는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에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다. 신한카드의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 수수료 수익은 1794억 원으로 전년 동기(1813억 원) 대비 1.0% 줄었지만, KB국민카드의 신용카드 수수료 수익은 2290억 원으로 전년 동기(2181억원) 대비 29.8% 증가했다.
금융그룹 내 핵심 자회사인 은행에서도 신한금융은 웃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1조 2718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조 353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국민은행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은행의 주된 수익인 이자이익에서 신한은행은 2조 7140억 원을 기록하며 국민은행(2조 9675억 원)과 2535억 원의 격차를 보였다.
또 KB금융이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 후 KB손해보험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반면 신한금융은 보험 쪽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KB손보에서 1881억 원, KB생명에서는 108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보험사에서 총 198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이 700억 원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가 없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3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금융은 글로벌 강자의 위상도 공고히 했다. 해외 점포가 올 상반기 벌어들인 순익은 163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3.8% 증가했다. 이는 역대 반기 최고 규모다. 은행 당기 순이익의 13%가 해외영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해외시장은 앞으로 신한금융과 KB금융이 국내 금융그룹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툴 무대가 될 전망이다.
두 금융그룹을 지휘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리딩뱅크 수성과 탈환의 핵심 변수가 글로벌에 있다고 판단, 적극적인 해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KB금융그룹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윤종규 회장은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 투자설명회(IR) 및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인도를 다녀오면서 직접 접한 해외 투자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시장 분위기를 경영진과 공유했다. 윤 회장은 “향후 KB금융그룹이 리딩금융그룹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실행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5월부터 22일간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9개국 11개 도시를 방문하며 58개의 해외 투자자 및 글로벌 기업들과 만나는 일정을 강행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3월에 중동, 6월에 홍콩, 호주를 방문해 현지 투자자와 기업들을 만났다.
그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트릭스 체제로 운영 중인 GIB(그룹&글로벌 투자뱅킹) 부문과 글로벌 부문의 실적이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 글로벌 부문은 올 상반기에만 163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3.8%(314억 원) 늘어난 수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사실상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 머물렀던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해외시장이 진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