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요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들이 파라솔로 땡볕을 피하며 근무를 서고 있다. 고성준 기자
무더운 날씨에 땀을 안 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적절하게 땀을 흘리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 땀을 흘리는 것은 우리 몸의 체온을 낮추고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폭염으로 인해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릴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땀을 흘린 후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을 경우 탈진 혹은 탈수 현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에는 졸도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렇다면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쐬는 것 외에 땀을 비교적 적게 흘릴 수 있는 방법은 혹시 없을까. 이에 대해 영양학자들은 ‘먹는 음식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더위에 이로운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잘만 골라 먹어도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영양학자인 릭 헤이는 비타민 B, 마그네슘, 과즙이 풍부한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면 땀을 적게 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비타민 B의 경우를 보자. 비타민 B는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 보통 땀을 흘리면 사람들은 땀이 흐르는 것 때문에 신경을 더 쓰고, 흥분하게 되며, 결국 불안해지면서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간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결국 땀이 더 많이 나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때 비타민 B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비타민 B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한편,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고, 이로써 땀을 적게 흘리게 한다. 이는 비타민 B가 내분비계와 신경기관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코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교감신경이 반응하면서 우리 몸을 ‘투쟁-도피 모드’로 만든다. 이를테면 과거 인류의 조상이 굶주린 사자들로부터 도망을 칠 때 나타나는 것과 같은 반응이다. 물론 지금은 사자로부터 도망을 칠 일은 없지만 대신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위협적인 상황에 놓일 경우, 우리 몸은 ‘투쟁-도피 모드’로 전환된다. 가령 혈액 속의 산소 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심장 박동과 호흡이 빨라지는 식이다. 또한 영양분과 산소가 근육에 보다 많이 공급되기 때문에 혈관도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몸에서는 땀이 나게 되는데, 이는 아드레날린 분비와 운동을 통해 올라간 체온을 낮추기 위한 신체 반응이다.
비타민 B 가운데에는 특히 비타민 B6, B9, B12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타민 B가 풍부한 식품으로는 시금치, 우유, 토마토, 표고버섯, 달걀 노른자, 맥주 효모 등이 있다.
땀을 덜 나게 하려면 비타민 B, 마그네슘, 과즙이 풍부한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면 좋다. AP/연합뉴스
마그네슘 역시 무더위를 이기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사실 땀은 아주 묽은 소변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는 소변으로 노폐물을 배설하듯 피부 모공을 통해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과도하게 땀을 흘릴 때다. 이럴 경우, 전해질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신경계의 필수 요소인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을 경우, 신경계가 모공을 효과적으로 여닫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 가운데 마그네슘은 신경 신호 전달뿐만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신경계 기능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특히 더 중요하다. 헤이는 “땀을 흘리면 다량의 마그네슘이 손실된다”고 말했다. 마그네슘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짙은 녹색 채소, 견과류, 씨앗류가 있다.
이밖에도 오미자의 경우에는 신경 진정 효과가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해 땀이 흐르는 것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오미자 속의 활성 성분이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폐경기 여성의 안면 홍조 증상을 조절하거나 수면 중에 식은 땀을 흘리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 수분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수박, 포도, 멜론, 셀러리, 오이, 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식품들은 소화도 잘될 뿐만 아니라, 수분과 전해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땀으로 손실된 전해질을 보충하는 데도 유익하다.
반면, 동물성 단백질로 이뤄진 고열량의 기름진 식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헤이는 “고지방, 고단백인 동물성 식단은 소화에 무리를 준다. 이로 인해 체온이 더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소화를 위해 별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고, 그 결과 체온이 올라가면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볍게, 그리고 평소보다 소량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으며, 고기보다는 가능한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이 많은 식사 역시 체온을 올리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적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포도당이 분해되면서 에너지와 열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무더위에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평소 땀을 많이 흘린다면 카페인은 적당량만 섭취해야 한다. 카페인은 일종의 각성제로, 중추신경계(뇌와 척수)에 작용한다. 적당히만 섭취한다면 체질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과하게 섭취할 경우에는 스트레스 호르몬 가운데 하나인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고, 이로 인해 땀샘이 활성화된다.
알코올 역시 마찬가지다. 완전히 끊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조절할 필요는 있다. 헤이는 “과도한 음주를 하면 혈관이 확장된다. 이로 인해 땀을 더 많이 흘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폭염을 견딜 수 있는 생활 속 꿀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더운 여름을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얼음 그릇을 활용한다
아무리 선풍기를 작동해도 바람이 더워서 효과가 없다면 얼음을 활용해보자. 얼음이 담긴 그릇을 선풍기 앞에 두면 얼음이 녹으면서 실내 공기가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시원해진다.
* 커튼을 친다
덥다고 커튼을 활짝 열어 놓으면 오히려 실내 온도가 올라간다. 낮 동안에는 창문의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내리고 직사광선을 차단한다. 이렇게 하면 실내 온도가 과열되지 않는다.
* 적게 먹는다
과식을 하면 소화를 시키는 도중에 체온이 올라가게 된다. 음식을 분해하기 위해서 신진대사의 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면 소재의 옷을 입는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는 면옷을 입는 것이 가장 좋다. 단, 어두운 색상의 옷은 피하고, 햇빛이 반사되도록 흰색이나 옅은색 옷을 입는 것이 좋다.
*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 증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하루종일 시원한 물을 자주 마시면서 체온을 유지한다.
* 몸을 낮게 유지한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시원한 공기를 쐬기 위해서는 가능한 낮은 자세로 있는 것이 좋다. 가령 바닥에 누워 자거나, 2층집인 경우에는 아랫층에서 자는 것이 좋다.
* 찬물로 손목을 씻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손목을 찬물로 씻는다. 이렇게 하면 더위를 식히고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다.
* 발을 차갑게 한다
발과 발목 주변에는 맥박이 뛰는 지점이 많다. 따라서 얼음물에 발을 담글 경우, 체온을 낮출 수 있다.
* 심호흡을 한다
입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코로 내뱉는다. 이렇게 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들이마신 공기가 타액에 의해 허파에 도달하기 전에 차갑게 식는다.
* 보디로션은 냉장고에 보관한다
보디로션을 냉장고 안에 보관하면 몸에 발랐을 때 체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분무기로 이불에 물을 뿌린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침구에 분무기로 물을 살짝 뿌리면 도움이 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서머 페니스’ 현상 아시나요? 무더위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무더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우리 몸의 이상 신호들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냥 방치할 경우, 온열질환으로 이어져 자칫 위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발목이 붓는다 더위를 느끼면 혈관이 확장된다. 이는 혈액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최대한 피부 표면 가까이 혈액이 흐르도록 하기 위한 신체 반응이다. 하지만 혈관이 확장되면 이에 따라 해당 부위도 부어오르게 마련. 몸무게를 하루 종일 지탱하고 있는 발목과 발이 가장 그렇다. 발목에는 특히 지방과 근육이 적기 때문에 붓는 것이 육안으로 잘 관찰된다. 또한 탈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 몸은 체내에 가능한 많은 수분을 붙잡고 있으려고 하는데, 이런 증상은 보통 발목과 같은 피부 표변이 얇은 부위에서 더 잘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페니스가 팽창한다 남성들의 경우에는 무더위 덕분에 뜻하지 않은 보상을 받기도 한다. 바로 이름부터 생소한 ‘서머 페니스’ 현상 덕분이다. 더울수록 혈관이 팽창하게 되는데, 그 결과 남성의 페니스 역시 덩달아 팽창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추운 겨울에 나타나는 현상과는 정반대다. 세라 자비스 박사는 “더울 때나 흥분할 때면 혈관이 확장된다. 피부 표면의 혈관이 확장되면 해당 부위가 부은 듯 더 커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페니스의 크기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열을 식히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혈관이 팽창했을 뿐이다. 따라서 자비스 박사는 “발기했을 때 페니스의 크기는 원래 최대치만큼만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마찰로 인해 피부가 따끔거린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특히 피부 마찰이 자주 일어나는 허벅지, 사타구니, 겨드랑이, 유두 등에 자극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피부가 따끔거릴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부위들은 가능한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습진이 발생한다 더운 날씨는 습진을 더욱 악화시킨다. 열로 인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심한 경우 염증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피부과학회의 니나 고드는 “습진이 발생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려워진다. 또한 피부 장벽이 파괴된다. 즉, 건강한 피부보다 수분을 더 쉽게 잃어 자극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습진은 땀으로 인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땀 속의 나트륨 성분이 피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헐렁하고,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어서 시원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사병이 발생한다 오랜 시간 땡볕에 나가 있을 경우, 체온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열사병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몸이 뜨거워지거나 얼굴이 홍조를 띠게 된다. 또한 두통, 현기증, 의식저하, 언어기능 저하 등이 나타난다. #탈진한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과도하게 흘려서 수분과 염분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현기증이 나면서 머리가 몽롱해지고 두통이 발생한다. 또한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몸이 차가워지고, 구역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 탈수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수분이 지나치게 부족할 경우에는 두통과 경미한 어지러움을 호소할 수 있다. 이밖에 소변 색이 짙어지면서 양도 적어진다. 심한 경우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실신한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다가 급기야 실신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의 말에 반응하지 못하거나 맥박이 느려지고,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몸이 차가워진다. [주] |
야외 운동은 괜찮을까? 숙면·체중 감량에 도움…물 충분히 마시면 ‘OK’ 폭염 속에서 야외 운동을 하는 것은 과연 안전할까. 답은 ‘예스’다. 심지어 운동을 한 후 밤에 숙면을 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만 명심할 것은 운동을 하는 동안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하며, 기온이 낮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운동을 하다가 현기증이 느껴지거나, 구역질이 나거나,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질 경우에는 즉시 하던 운동을 멈추고 쉬어야 한다. 폭염 속에서 운동을 하면 칼로리 소모가 더 많아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우리 몸이 더 격렬히 움직이게 되고, 그 결과 평소보다 더 많은 칼로리와 지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단, 칼로리 소모는 많지만 더위로 인해 운동하는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