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쿠팡 홈페이지
특허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중순 ‘로켓새벽 배송’, ‘로켓프레시’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 7월부터 서초지점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서초지점의 경우 새벽조가 오전 2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주간 조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근무한다. 하지만 서초지점의 새벽 배송을 담당하기 위해 별도의 신규 채용이 진행된 건 아니다.
쿠팡 관계자는 “서초지점의 새벽배송은 택배 기사님들의 자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아직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어떤 주기로 변경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최근 쿠팡맨 인력이 어느 정도 충원이 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전 지역을 대상으로 채용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은 지난달 쿠팡이 서초지점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며 확산됐다. 확실한 인력채용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벽배송 서비스의 도입은 쿠팡맨들의 혹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7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현직 쿠팡맨의 글에 따르면 7월 17일 각 지역 쿠팡 배송캠프에는 ‘새벽조는 오전 2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주간조는 정오부터 저녁 11시까지 근무하는 2way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는 공문이 전달됐다.
논란이 커지자 쿠팡은 지난 7월 27일 전국 배송 사원 대표 8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쿠팡은 새벽 배송 서비스 확대 방침을 철회하겠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새벽 배송을 포기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웅 쿠팡 노조위원장은 “잠정적으로 보류한다는 얘기지 완전히 철회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나마 지금은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지만 새벽 배송을 하게 되면 시간이 어중간해 문화·여가생활이 불가능하다. 사고의 위험도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서초지점을 제외하고 일단 새벽 배송 서비스는 도입하지 않지만 2개 근무조 운영계획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쿠팡 관계자는 “2way 근무제는 진행되지만, 오전 11시 출근 조와 8시 30분 출근 조로 나눌 계획이기 때문에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많은 유통업계에서 이미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배송 기사님들의 워라밸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에 꾸준히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서초지역 테스트도 쿠팡맨들과의 상의 없이 진행됐다. 노조와 사측과의 정기적인 대화도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새벽배송 서비스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새벽 배송은 이미 유통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며 이른 아침 신선식품 배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마트는 오전 6시부터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쓱 배송 굿모닝’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편의점 씨유(CU)는 지난달 4일 전날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배송하는 푸드마켓 ‘헬로네이처’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의 식품 온라인몰 ‘e 슈퍼마켓’도 지난달 4일부터 백화점 업계 최초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새벽 배송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음에도 유독 쿠팡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까닭은 쿠팡은 새벽 배송 서비스만을 위한 추가 인력투입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쿠팡맨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쿠팡 노조에 따르면 쿠팡맨 중 주간 배송보다 새벽 배송을 선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대부분 유통업체는 배달을 외부업체에 맡기기 때문에 새벽 배송 서비스 도입 시 외부업체에 추가적인 인력을 요청하고 있다.
하웅 노조위원장은 “회사에서는 인력을 계속 채용하고 있다지만 실제 현장에서 배송기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없다. 정말 새벽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길 원한다면 그 배송시간대를 담당할 인력을 충분히 채용한 뒤에 진행하면 될 일”이라며 “쿠팡맨 중 상당수는 새벽 업무가 원치 않아서 이곳에 입사했다. 벌써 많은 동료가 새벽 배송이 도입될 경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말한다”고 토로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원래 일반배송은 우체국, 현대글로비스 등에 의뢰했는데 최근 새벽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게 되면서 CJ대한통운에 추가로 배송을 의뢰하게 됐다. CJ대한통운은 새벽 배송을 위한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물류는 여러 택배 전문업체와 계약해서 진행 중인데 새벽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추가로 업무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기존에 근무하시던 분들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