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해 낙마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와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최준필 기자
역시 가장 유력한 인사는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다. 손 전 위원장은 최근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하다 출마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사정을 잘 아는 한 국회 관계자는 “손 전 위원장은 당 대표 후보군 중에 인지도면에서는 압도적이다. 지속적으로 스크래치가 나다가 결정적으로 송파 재보궐 출마 고집으로 상처도 입었지만 출마만 한다면 당선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손 전 위원장의 당선이 더욱 유력해지는 까닭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마음이 그에게 향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지방선거 참패와 서울시장 선거 낙선을 계기로 “저는 오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배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는 말을 남기고 독일로 떠났다. 비록 안 전 대표는 떠났지만 그의 의중이 전당대회의 ‘키’임은 분명하다. 바른미래당 지분의 큰 비중을 국민의당이 차지하고 있고, 이 지분의 상당수가 안 전 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안 전 대표와 손 전 위원장의 연합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이야기는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이 전한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그는 “안 전 대표와 손 전 위원장이 이미 한 차례 만났고 이후 최근 안 전 대표 측이 손 전 위원장 측에 구체적인 자리를 요구하며 ‘연합캠프’ 구상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퍼지고 있다”며 “안 전 대표 측이 요구한 자리는 공천권에 어느 정도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라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소문처럼 손 전 위원장이 안 전 대표 측과 연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손 전 위원장 주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손 전 위원장이 단독으로 나가도 될 가능성이 있지만 안 전 대표의 지지까지 얻는다면 리스크가 아예 사라진다”며 “서로 간의 이해가 맞고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잡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곧 중대 발표가 있으리라 본다”고 분석했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당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수 있고, 사무총장 등도 자기 사람으로 인선할 수 있다.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런 자리들이 아닐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런 이야기가 돌다 보니 지난달 23일 이태규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모인 비공개 회동도 도마 위에 오른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모임에서는 안 전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지역위원장들 10여 명이 모였고, 나중에 안 전 대표가 정계로 돌아왔을 때 누가 가장 나은가를 고민해 누구를 밀지 고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모임에서 ‘손학규 출마 가능성’도 비중 있게 언급됐다는 점을 들어 안심이 손 전 위원장에게 있음을 암시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에 대해 이태규 사무총장은 근거 없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가 누구를 밀라고 하면 이들이 그 말을 따르는 게 말이 되냐. 당 상황이 복잡해 이야기나 나누자고 하면 거절하기 어렵다. 당 사무총장으로서 중립을 지키지 않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바 없다”고 말했다. 손 전 위원장과 특정 자리를 고리로 연합캠프를 꾸린다는 소문에도 이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자리도 전당대회가 끝나면 그만두고 당분간 할 생각도 없다. 당을 분란에 빠트리려고 하는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퍼트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말이 퍼지는 것을 두고 손 전 위원장의 위력이 그만큼 세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의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칠 때 당원 비율이 약 5 대 1 정도였다. 그만큼 국민의당의 지분이 훨씬 크고 전당대회같이 당원이 중요한 순간에 바른정당은 힘을 쓰기 어렵다”며 “국민의당 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안 전 대표와 인지도 면에서 월등한 손 전 위원장이 손을 잡는다면 당선은 매우 쉬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