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편의점. 고성준 기자
# 박근혜 정부에서 골목상권 장악한 대재벌
소유주는 삼성, LG, 롯데 가문. 이들에게 2014~2016년 3년은 ‘황금기(Golden age)’였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편의점 출점 규제를 완화(다른 브랜드 간 거리제한 폐지)해 점포 수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덕분에 매출과 이익이 급증했다.
2013년 말 10조 원 미만이던 매출액은 2015년 13조 원을 넘어선다. 3000억 원이 안 됐던 이익도 4360억 원으로 불어난다. 세 회사 모두 다른 사업부문이 포함된 실적이지만 편의점 부문의 성장세가 결정적이었다. 최대 수혜는 총수들이었다. BGF 주가는 3배, GS리테일 주가도 2배 이상 올랐다. 현금도 챙겼다.
GS리테일의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현금배액)은 35%다. 국내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인 18.3%의 2배 수준이다. CEO인 허연수 사장의 지난해 보수는 16억 6400만 원에 달한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이익의 61.7%를 배당했다. 홍 회장 일가의 지난해 보수는 5억 원 미만이지만, 이들은 회사 지분 약 50%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유통부문은 지주체제로 재편됐지만 코리아세븐은 신 회장 일가 등 친족이 여전히 7.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배당을 통해 총수 일가가 직접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 무리한 출점경쟁, ‘부메랑’으로
그런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도한 출점으로 가맹점당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이들 빅3의 실적도 악화됐다. 매출은 불어났지만 비용이 더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올 1분기에도 이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급감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6월까지 국내 5대 편의점의 순증 점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출점이 24% 줄었고, 폐점은 50% 증가했기 때문이다. 점포 순증 둔화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출점 둔화를 기존 점포 매출 반등이 메워주어야 하는데, 아직 점당 매출 성장률은 의미 있는 회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출 성장을 견인했던 출점이 고꾸라지면서 매출과 이익이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편의점 카드수수료 인하에 이어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미치는 점도 빅3에는 부담(?)이다. 우리나라 편의점의 가맹점수수료율은 35%로 일본의 45%에 비해 낮지만, 인구 대비 편의점 수(일본 2181명당 1개, 한국 1312명당 1개)는 더 많다. 국민소득 차이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가맹점수수료 부담이 훨씬 더 높은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편의점 업체가 가맹점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 정부 서민정책 역이용 노린다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은 올 들어 이미 450억 원의 지원금을 집행했다. 한 번 내리면 올리기 어려운 가맹점수수료를 조정하기보다 일회성 지원금으로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그러면서 여론의 관심을 ‘최저임금 인상’과 ‘과도한 임대료’로 쏠리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가맹점당 월 비용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비용이 임대료이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근접거리 출점 제한을 법제화하고, 이외 카드수수료 인하나 임대차보호법의 입법을 구체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빅3가 잘나갈 때도 영업이익률은 3% 남짓이었다. 가맹점수수료율을 낮추면 적자 위험이 생긴다. 그렇다고 원가율을 낮추기도 어렵다. 편의점에 상품을 납품하는 권한은 상당하다. 이를 활용한 보이지 않는 이익이 큰데 원가를 낮추면 영향력을 잃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적으로 광활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이들 편의점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가운데는 각종 원재료를 특정 업체로부터 구매하는 조건도 달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편의점 납품 상품의 원재료 및 원자재 공급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을 가능성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