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마스크가 멤버 간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에이스(우측에서 세번째)와 피해자 치빈(우측에서 두번째)은 그룹을 탈퇴했다. 사진=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 제공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마스크’는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한 그룹이다. 2016년 8월 데뷔한 8인조 보이그룹으로, 본래는 4인조였으나 지난해 10월 신규 멤버 4명을 충원해 새 싱글 ‘다 해(Do it)’로 활동을 마쳤다. 충원된 새 멤버 가운데는 이번 폭행 사건의 피해자 치빈(21)이 포함됐다.
치빈은 원년 멤버인 에이스(28)로부터 지난 3월 8일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고 7월 26일 폭로했다. 새벽 레슨을 받기 위해 숙소를 나서던 치빈이 자신의 우산을 들고 나갔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했다는 것. 당시 치빈은 머리와 얼굴 부위에 피가 흐를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리던 멤버들 역시 에이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게 치빈의 주장이다.
그러나 에이스가 사과도 하지 않은 채 5개월 동안 잠적하면서 소속사인 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 측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에이스의 계약 해지 등 탈퇴 수순이 늦어지게 됐고, 그룹 활동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에이스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지난 7월 28일 자신의 심경이 담긴 노래를 인스타그램에 올려 치빈의 주장에 맞섰다. 짧은 랩으로 구성된 해당 노래에는 치빈이 에이스에게 퍼붓는 욕설로 추정되는 음성이 포함됐다.
보이그룹 마스크 전 멤버 치빈이 자신의 폭행 피해 사실을 지난 7월 26일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사진=치빈 인스타그램
그는 “결과론적으로 제가 행한 행동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우산을 부러뜨려 흉기로 만들었다거나 당시 저를 말리는 멤버들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것, 5개월간 사과 한 번 없이 잠적했다는 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치빈의 주장에 반박했다. 치빈이 폭로한 내용이 전부 일방적이라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더해 에이스는 “회사는 상의 없이 멤버를 추가하더니 이제 와서 그게 실수였다고 한다”라며 원년 멤버와 신규 멤버 사이의 불화가 사건의 원인이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당초 마스크는 우수, 이륙, 에이스, 희재의 4인조 그룹이었으나 2017년 10월 두 번째 미니앨범을 내면서 도은, 이레, 치빈, 문봉 4명을 신규로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가 원년 멤버들과 상의를 거치지 않아 불만을 품게 됐다는 게 에이스의 주장이다.
치빈 역시 원년 멤버인 에이스가 신규 멤버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넌지시 밝혔다. 그는 에이스를 가리켜 “나와 문봉이의 목덜미와 머리 부위를 때리고 팀 분열의 중심에 서 있었다” “때리지 말라고 부탁했음에도 나와 다른 멤버의 뺨이나 목 뒤를 벨트로 때리는 등 다른 멤버들도 (폭행을) 당한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 내에서는 “멤버의 영입, 탈퇴가 부지기수인 중소 연예기획사 아이돌 그룹에서 자주 발생하는 불화의 한 형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첫 데뷔 이후로 멤버 구성 변경 없이 활동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원년 멤버들과 신규 멤버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일이 잦다는 이야기다. 이를 소속사가 조율해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멤버를 변경하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고 짚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니저를 붙이기 어려운 형편의 중소 연예기획사의 경우는 보통 제일 나이가 많은 원년 멤버를 ‘군기 반장’으로 삼아 다른 멤버들을 관리하도록 시키는 일이 많다”라며 “그런 멤버에게 권력을 다 몰아주고 소속사는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서로 조화를 이루기는커녕 선을 긋고 갈등이 증폭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초 데뷔한 중소기획사 걸그룹 가운데 한 곳도 비슷한 사례로 원년 멤버와 신규 멤버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원년 멤버 중 3명이 탈퇴하고 3명이 신규로 투입되면서 남아있던 유일한 원년 멤버와 신규 멤버들이 몸싸움으로 치닫는 극심한 갈등을 빚어 왔다는 것.
이 관계자는 “당시 원년 멤버가 ‘쟤(신규 멤버)를 안 내 보내면 내가 나가겠다’고 엄포해서 소속사도 그때서야 조율에 나섰다고 했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활동 재개하려고 신규 멤버 가운데 가장 크게 싸웠던 한 명을 내보냈는데, 그 직후 해당 멤버가 소속사와 원년 멤버를 고소하기도 했다”며 “결국 그룹 전체가 와해됐고 소속사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인적 관리가 안 되는 중소 기획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사례”라며 쓴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같은 ‘멤버 갈이’가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중소연예기획사 홍보 팀장은 “아이돌 하나를 데리고 있으면 ‘숨 쉬는 것까지 다 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3대 기획사처럼 큰 곳이라면 몰라도 중소 기획사들이 그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3대 기획사에서는 A 그룹이 망하면 B 그룹으로 ‘돌려 막기’라도 할 수 있지만 중소 기획사들은 A 그룹이 망해도 그룹은 존속시키고 멤버들만 ‘바꿔 치기’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그렇게 해야 투자비가 덜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논란이 된 그룹 마스크는 에이스, 치빈에 이어 또 다른 원년 멤버인 이륙까지 탈퇴했다. 이륙은 “탈퇴와 관련한 것은 멤버들 간의 불화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멤버 간의 상황, 회사의 대처 모습 등이 제 탈퇴 여부에 영향력을 주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도 덧붙였다. 치빈은 연기자로 진로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