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에서 실종·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 세화포구 30대 여성 실종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과 해경 관계자들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월 제주도로 가족여행 온 30대 여성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10일부터 제주시 세화포구 방파제 끝 지점에서 남편, 아들·딸과 함께 캠핑을 하던 여성이 종적을 감춘 것. 실종 여성인 최 씨는 캠핑을 시작한 지 보름쯤 되던 25일 밤 11시 5분 인근 편의점을 방문한 이후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최 씨가 밤 약 11시 38분까지 방파제에서 소주와 김밥 등을 혼자 먹은 것으로 추정, 근처에서 최 씨의 휴대전화·신용카드·슬리퍼 등을 발견하면서 실족사·납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최 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관심은 지난 1일, 실종 7일 만에 시신이 발견되면서 증폭되기 시작했다. 부검 결과 타살을 의심할 외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시신이 실종 지점인 세화포구와 정반대인 서귀포시 가파도 서쪽 1.5㎞ 해상에서 발견된 것. 일각에선 시신이 100㎞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과 함께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홍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남서에서 북동 방향으로 흐르는 제주도의 평균 해류를 거슬러 시신이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연안이 아니라 외해를 타더라도 쉽지 않을 일”이라고 분석했다. 더군다나 오랜 기간 바다에 표류할 경우 복장의 일부가 유실되기 마련이지만, 최 씨의 시신은 실종 당시 복장인 민소매 상의와 반바지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부검을 도맡은 강현욱 제주대학교 부검의는 2일 브리핑을 통해 “시신의 폐를 봤을 때 익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 부검의는 사망원인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폐를 포함한 장기 내 플랑크톤 조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예정이다.
이와 비슷한 실종·사망 사건은 최근 몇 달간 제주도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6월 7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조선소 앞 갯바위, 13일 제주시 구좌 세화해수욕장에서 각각 서로 다른 여성이 반바지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된 것. 7월 13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삼거리 인근 배수로에선 50대 여성이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8월 2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내 고산기상대 인근 바다쪽 절벽 아래에선 40대 남성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일각에선 이들 사건을 두고 연쇄살인이 아니냐는 여러 추측과 함께 타살 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지난 2월 발생한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숙박객 살인 사건 이후로 각종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김기헌 제주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이번 세화포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타살의혹은 섣부른 판단이며 이번 부검과 추가 조사 결과가 그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줄 것”이라며 “7월에 발생한 사망 사건은 내인사(신체 내적 원인에 의한 사망)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에 발생한 두 건의 사망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종결되지 않아 사인 등을 알려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 주민들은 높은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제주도에 거주한 지 한 달된 20대 여성 A 씨는 “최근 실족사라고 결론 난 사망 사고들이 과연 실족사가 맞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안전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저런 사건·사고들로 제주도 분위기가 뒤숭숭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거주민 30대 여성 B 씨는 “제주도는 밤이 되면 시내마저도 인적이 드문데 최근 여러 사건 등으로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기가 더 꺼려진다”며 “도민들 사이에선 혼자 다니지 말자는 이야기가 빈번히 나올 정도로 불안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최근 발생한 사건·사고들이 제주도 내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의 급증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도 불법체류자는 2012년 371명에 불과했지만 무사증 제도(테러지원국을 제외한 180개국 외국인에 한해 한 달간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제도)의 운용 등으로 2015년 4353명, 2016년 5763명, 2017년 6218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만큼 외국인 피의자 검거인원도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2013년 299명에 불과했던 검거인원은 2017년 644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 상반기 살인·강도·성범죄·폭력 등 강력 범죄 연루 외국인 피의자 검거인원이 이미 지난해 검거인원의 절반을 뛰어넘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제주도에서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발생 추이는 매년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체류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외국인 범죄도 늘긴 했지만 이로 인해 제주도에서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볼 만한 수치는 아니다. 게다가 제주도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실종·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불안감이 폭증했지만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범죄 발생 건수는 오히려 지난해 상반기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지난 5월 500여 명의 예멘 난민들이 대거 입국하면서 난민 범죄가 아니냐는 억측도 제기되고 있다. ‘난민 수용 반대’ 국민청원이 역대 최다 인원인 총 71만 명의 동의를 얻는 등 난민유입에 따른 부작용과 사회갈등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C 씨는 “원래 이런 일들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외지인들이 급증하면서 사건·사고가 늘어난 것도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 경찰당국과 제주도청은 섣부른 판단을 미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사건을,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입국자 수와 연결지을 만한 정황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며 “해당 사건들이 외국인 피의자들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경찰로부터 도차원의 지원 요청을 받을 경우 함께 협업할 것이며, 생활안전 업무가 자치경찰제로 대거 이관되고 있는 만큼 주민 안전에 보다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