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이 아닌 야구장에 모인 골퍼들. 김지현 인스타그램 캡처.
[일요신문]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휴식기를 가졌다. 수년간 질적·양적 성장을 거듭해온 KLPGA는 시즌 내내 대회 일정이 빡빡하게 진행된다. 선수들은 지난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 주 대회 일정이 없어 2주간의 짧은 휴식기간을 갖게 됐다. 2주간의 대회일정 공백은 지난 3월말 4월초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선수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휴식을 취했다. 이들은 어떻게 ‘여름방학’을 보냈을까.
#휴식도 골프와 함께
방학을 맞은 선수들이지만 골프를 손에서 놓을 수는 없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짧은 휴식 이후 다시 연습장이나 골프장으로 달려갔다.
올 시즌 3월과 4월 연속으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장하나는 최근 샷감이 무너졌다고 스스로 판단해 이를 되찾으려 노력중이다. 라운딩보다는 연습장에서 집중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승에 이어 올해도 1승을 추가한 김지현은 체력 보충에 신경을 쓰고 있다. 상주에 위치한 아카데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체력을 이유로 휴식기 직후 제주에서 열리는 삼다수 마스터스에도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소속사 관계자도 “김지현이 체력에 많은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면서 “지난해 제주를 오가는 일정 속에서 많이 힘들어 했다. 올해는 한 번 제주를 가지 않으면서 시즌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구상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국내대회 공백기를 이용해 LPGA 대회에 도전하는 최혜진. 이종현 기자
이외에도 배선우, 오지현, 조윤지 등 많은 선수들이 훈련, 연습 등으로 후반기를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골프장이나 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한진선은 2일 현재 다음 대회가 열리는 제주도에 이미 내려가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또한 이번 시즌 대상포인트, 상금순위, 신인상 포인트, 평균타수 등 다수의 부문에서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최혜진은 해외 대회에 도전한다. 그는 3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부터 간간이 LPGA 대회에 나섰지만 브리티시 오픈은 이번이 처음이다. 1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공동 20위에 위치했다.
#스폰서 행사, 야구장 나들이, 방송촬영 등으로 바쁜 선수들
오랜만의 휴식기이지만 마냥 쉴 수만은 없다. 많은 선수들은 자신의 투어 생활을 돕는 스폰서의 행사에 나서거나 골프 관련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지현2, 김현수, 장수연, 하민송, 이소영, 최혜진 등이 소속된 롯데 골프단은 계열사 야구단인 롯데 자이언츠를 찾았다. 지난 7월 25일 롯데와 NC의 경기가 열리는 부산 사직 야구장을 방문해 행사를 진행하고 경기를 지켜봤다. 다음날엔 부산에서 사인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로는 부산 지역에서 롯데 골프단의 하계 훈련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지현, 오지현, 이현지 등은 두산과 한화의 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한화의 후원을 받는 김지현은 한화 야구단 선수들과 만나 서로를 응원하기도 했다. 오지현 등 일부 선수들은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서로 다른 팀을 응원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스폰서의 프로암대회 등에 나서는 등 행사에 참가했다.
남자 골퍼 장이근과의 화보촬영 현장을 공개한 유현주. 유현주 인스타그램 캡처.
골프 관련 방송 촬영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결, 유현주, 인주연 등은 휴식기에 돌입한 지난 7월 24일부터 맹동섭, 문도엽, 이정환 등 남자선수들과 대결을 펼치는 내용의 방송을 촬영했다.
#여행·휴식·여가생활 즐기기도
선수들은 공식적인 행사 외에 개인적으로 휴가를 즐기기도 한다. 올해 생애 첫 우승을 경험한 인주연은 휴식기 초반 이어진 방송촬영 이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는 경북 포항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휴식기간에 해외여행은 후반기 일정 흐름이 깨질 것을 우려해 여행지를 국내로 선택했다.
반면 지난해 KLPGA 투어를 석권한 이정은은 일본 홋카이도 지방으로 향했다.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한국과 멀지 않으면서도 완연히 다른 날씨 속에서 운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그의 일본행에 소속사 관계자는 “전지훈련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은 아니고 좀 더 시원한 날씨 속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전 선수가 아닌 갤러리로 일본 대회를 경험할 계획인 이정은. 임준선 기자
흥미로운 점은 이정은이 선수가 아닌 갤러리로 일본 투어 대회에 나선다는 것이다. 홋카이도의 삿포로 국제 컨트리클럽에서는 3일부터 사흘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홋카이도 메이지 컵이 열린다. 이정은은 이 대회에 갤러리로 참여해 선수들의 라운딩을 지켜 볼 예정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이정은 선수가 일본에서 활약하는 신지애 선수를 선배 골퍼로서 매우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올 시즌 투어 생활 4년차, 105번째 대회 참가 만에 첫 우승을 거둔 박채윤은 문화생활 즐기기에 나선다. 그는 절친한 동료 골퍼들과 함께 3일부터 5일까지 주말 동안 열리는 인기가수 싸이 콘서트에서 스트레스를 풀 예정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