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애초 보도는 걸그룹 출신 유명 연예인 A 씨(37)로 보도됐다. 또 한 가지 더해진 정보는 A 씨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내국인은 출입할 수 없는 파라다이스워커힐 카지노지만 A 씨는 외국인이라 출입이 가능했다. 해당 기사가 보도되면서 댓글은 S.E.S 출신 유진에게 집중됐다. 유진은 걸그룹 출신 유명 연예인으로 초등학생 때 미국령인 괌으로 이민을 갔기 때문에 이니셜 A의 조건에 부합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은 결국 ‘걸그룹 도박’이라는 검색어와 함께 ‘유진’의 이름을 함께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려 놓았다. 유진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게다가 현재 유진은 만삭 상태로 태교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진이 아닐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지만 네티즌들의 의심어린 눈빛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았다. 슈 역시 일본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관심을 끌면서 그의 이름도 같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결국 슈는 한 매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사기 혐의로 피소된 걸그룹 출신 유명 연예인 A임을 공개했다. 슈의 한국 명은 유수영이지만 일본명 구니미츠 슈(邦光 洙)인, 외국인이다.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슈는 지인과 휴식을 위해 찾은 호텔에서 우연히 카지노업장을 가게 돼 도박의 룰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큰돈을 잃어 빚을 지게 됐다고 밝혔다. 높은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6억 원이 전액 도박자금은 아니며 개인적인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빌린 돈도 포함된 액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빌린 돈을 꼭 변제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법조계에선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사기죄로 피소됐을지라도 채무 변제 의지만 분명히 밝힌다면 사기죄로 기소돼 처벌받을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슈는 인터뷰에선 채무 변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사기 혐의는 대부분 채무 변제 능력이 없거나 채무 변제 의지가 없는 경우에 적용이 된다. 게다가 6억 원의 채무를 전액 변제한다면 고소 취하는 물론 모든 상황이 종결된다. 물론 채무가 발생하는 과정에 도박이 연루돼 있음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엄밀히 슈는 외국인으로 국내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법 도박장 등에서 도박을 한 것도 아니며 외국인의 도박이 허용되는 호텔 카지노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상습 도박 등 도박 혐의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내용이 보도된 뒤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도 다소 당황했다고 한다. 물론 유명 여자 연예인이 피의자인 사건이지만 해프닝 정도로 마무리될 수도 있는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엄청난 화제를 양산하는 상황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슈와 관련 수사를 도박 혐의까지 확대할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
사진 출처 = 파라다이스 카지노 홈페이지
연예관계자들 역시 슈가 스스로 실명을 공개한 부분에서 놀라고 있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도저히 상황을 극복할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실명을 공개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리스크매니지먼트 경험이 많은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슈의 정확한 속사정까진 알 수 없고 6억 원이 분명 큰돈이지만 ‘도박’이라는 엄청난 악재를 내포한 사건에서 실명을 스스로 공개한 부분은 매우 안타깝다”며 “대부분 연예기획사에선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의혹을 부인하며 최대한 조용하고 빠르게 사건을 해결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슈 입장에선 자신 때문에 괜한 의혹을 받는 유진에 대한 미안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슈는 인터뷰 초반에 “사랑하는 유진이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의심받는 것을 보고 실명을 밝히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슈에 대한 이미지 타격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걸그룹 출신 유명 연예인’이기도 하지만 슈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인 SBS ‘토요일이 좋다-오! 마이 베이비’를 통해 ‘쌍둥이 엄마’로서의 이미지도 굳건히 했다. 이 과정에서 남편인 농구선수 출신 기업인 임효성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최근 연예계에선 육아 예능 등 가족을 중심으로 한 예능에 출연한 연예인이 물의를 일으킬 경우 이미지 타격이 훨씬 크다는 이유로 출연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슈 역시 육아 예능 출연을 통해 확보한 좋은 이미지가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해 더 큰 역풍을 불러 올 위기에 내몰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