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들은 지금이 부동산 시장의 완연한 하락세인지 아니면 조정기일 뿐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아파트값 추이가 다른 재건축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를 나눠 시장 동향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서울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출시된 매물 광고지가 유리문마다 빼곡하다. 매물이 늘면서 호가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급매물은 시세보다 1천만∼2천만원 싸다. 그러나 선뜻 사려는 사람이 나서질 않는다. 향후 추이를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일반 아파트값을 수직하락시키고 있지는 않다. 대다수 일반 아파트 매물 출시자들은 아파트값 추가 하락세를 대비해 더 떨어지기 전에 팔자는 세력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수직상승을 기대해 아파트를 서둘러 장만했던 이들이 실망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선 중개업자들은 지금을 조정기로 일컫는다. 현재의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급상승세를 주도했던 일부 재건축 아파트일 뿐 일반 아파트의 경우는 재건축 상승세에 덩달아 올랐던 거품이 제거되고 제 값을 찾아가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동 주공고층6단지 25평형은 지난해 5월 말 3억5천만원에서 9월 4억5천5백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하락세로 3억9천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4개월 동안 1억5백만원 올랐다가 최근 4개월 동안 6천5백만원이 빠져 결국 5월보다 4천만원 올랐다는 것.
시세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최근 가격하락폭이 큰 아파트단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아파트의 경우 일부 아파트를 빼고는 최근의 하락률이 지난해의 상승률을 넘어서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폭이 큰 아파트인 이촌동 시범 18평형은 지난해 9월 3천만원 급등했다가 최근 2천만원 내렸으나 결과적으로 1천만원 오른 셈이다.
이 같은 추이는 신도시와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아파트 중 현재 매매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아파트인 고양시 토당동 장미8차 33평형은 5월 1억7백50만원에서 9월 1억4천5백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1월 들어 다시 1억2천5백만원으로 내렸으나 결국 1천7백50만원 오른 셈이다. 서울 대치동 우일공인 박명종 실장은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제대로된 가격을 찾아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거래가 끊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격 조정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도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일반 아파트가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면 재건축 아파트는 폭락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최근 송파구 잠실지구 등 일부 재건축 아파트값이 반등하고 있지만 긴 동면에 들어가기 시작한 재건축 시장을 다시금 일깨우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던 지난해 9월 전만 해도 실수요자와 투자자, 가수요자 등이 얽혀 작은 호재에도 가격이 급등했었다. 하지만 최근 은행담보 대출한도 축소, 행정수도 이전, 재건축 규제강화 등과 맞물려 투기세력이 자취를 감췄다. 때문에 부동산전문가와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향후 재건축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예전의 가격 급등 현상은 사라지고 약보합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건축 아파트 값은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끝없는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 잠실지구의 경우 최근 3∼4개월 동안 1억원 이상 떨어진 아파트가 등장했다. 개포주공1단지 15평형은 지난 9월까지만 해도 4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일부매물은 5억원 이상을 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1억원 이상 떨어져 3억8천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중개업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최근 소폭 반등을 보인 송파구 잠실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잠실3단지 15평형은 최근 1천만∼2천만원 올라 3억3천만∼3억4천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9월 중순까지만 해도 4억5백만원에도 매물을 구하지 못했다. 불과 4개월 만에 7천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현지 신천역 부동산 장성현 팀장은 “최근 잠실지구의 가격 반등은 폭락세에 대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매수세가 바로 끊기는 등 재건축 아파트시장이 투기세력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