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한국시간) 류현진이 란초쿠카몽가 퀘이크스 소속으로 등번호 46번을 달고 론마트필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시작 40분 전이었다. 가볍게 러닝을 마친 류현진은 캐치볼로 몸을 푼 다음 곧장 불펜으로 향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여러 명의 한국인 팬들이 류현진의 재활 등판을 응원했다. 여기저기서 “류현진, 파이팅!” “류현진 선수, 힘내세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류현진이 허벅지 내전근 손상을 당한 후 3개월 만에 싱글A 경기에서 실전 재활등판을 했다. 총 49구를 던져 3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그는 “던지는 데 전혀 이상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상대할 팀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싱글 A팀인 엘시노어 스톰. 지난 5월 3일 애리조나 원정 경기에서 허벅지 안쪽 내전근 손상을 당한 후 딱 3개월 만에 실전 경기의 마운드에 오른 그는 첫 타자를 상대로 힘차게 와이드업을 한 후 공을 뿌렸다. 루킹 삼진. 출발이 좋았다. 두 번째 타자는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세 번째 타자는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13개의 공으로 가뿐하게 1이닝을 마무리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류현진. 바로 두터운 겨울 점퍼를 찾는다. 무더위에 땀을 비 오듯 쏟으면서도 왼팔을 보호하기 위해 한쪽 팔만 점퍼에 끼운 채 소속팀의 공격 상황을 체크했다. 팀이 점수를 내면서 공격이 길게 진행되자 류현진은 더그아웃에서 섀도 피칭을 하며 리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2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 세 타자를 상대하는 데 7개의 공이면 충분했다. 유격수 땅볼, 헛스윙 삼진,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이닝을 끝마친 것이다.
3회에는 첫 피안타가 나왔다.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이라 세트포지션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다음 타자를 중견수 라인드라이브로 아웃시킨 류현진은 이후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하면서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까지의 투구수 32개.
더그아웃에서 역시 점퍼를 왼쪽 팔에만 걸친 류현진은 코칭스태프와 계속 대화를 나누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어 류현진과 통역 브라이언의 상태를 유심히 살폈다. 류현진은 대화를 마친 후 잠시 라커룸으로 들어갔고 혼자 남은 브라이언이 취재진에게 다가와 “원래 60개를 던지려 했는데 선수가 너무 빨리 이닝을 마무리하는 바람에 투구수가 많이 남았다. 그래서 4이닝에만 더 올라가고 남은 투구수는 불펜에서 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회까지 32개의 공을 던진 터라 남은 28개의 공은 4회와 불펜에서 나눠 던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4회에는 두 번째 피안타가 나왔다. 그러나 땅볼 아웃, 헛스윙 삼진, 땅볼 아웃으로 이닝을 끝마쳤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류현진은 더그아웃에 있는 모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들은 류현진의 재활 등판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4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투구를 선보인 류현진이 이날 보인 최고 구속은 90마일(145km/h). 70마일대의 커브와 80마일대의 체인지업, 그리고 90마일대의 패스트볼을 골고루 섞은 그는 남은 투구수를 소화하기 위해 다시 불펜을 찾았을 때도 마운드에서 보인 위력적인 투구를 계속 이어갔다.
류현진의 이날 재활 등판은 2년 전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 과정에서 선보인 재활 등판과는 차원이 달랐다. 당시 란초쿠카몽가 소속으로 5경기에 나와 18이닝 동안 15피안타 2피홈런 1볼넷 14탈삼진 7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그때에 비하면 이날 기록한 류현진의 성적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투구 수는 총 49개. 3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이날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룬 코너 웡은 경기 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선수의 공을 받게 돼 영광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웡은 류현진의 투구에 대해 “정말 힘이 있는 좋은 투구를 펼쳤다”면서 “무엇보다 제구가 뛰어났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를 다 던졌는데 모든 구질이 날카롭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웡은 류현진의 공이 90마일로 찍혔지만 직접 받아 본 느낌은 90마일 이상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타순이 한 차례 돌고 두 번째 같은 선수를 상대할 때부터 류현진이 더 힘 있는 공을 던졌다는 것. 웡은 “그 공을 받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 잊지 못할 것만 같다”고 말했다.
30여 분의 기다림 끝에 샤워를 마치고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류현진를 만날 수 있었다. 류현진은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하면서 시종 미소를 잊지 않았다. 표정이 무척 밝았다. 자신의 재활 등판에 만족해한다는 걸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다음은 류현진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3개월 만의 실전 등판이었다. 소감이 어떤가.
“일단 던지는데 전혀 이상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투구 수를 불펜에서 1이닝 정도 더 채웠는데 계속 (몸 상태가) 좋아지는 상황인 것 같다. 모처럼만의 실전이라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다. 반면에 더 집중력이 생겼고 그래서인지 제구가 잘됐다. 가장 중요한 건 몸 상태인데 지금은 아주 좋다.”
―구단에서 정해준 투구수가 60개라고 들었다. 그런데 4회를 마친 투구수가 49개였다. 그렇다면 불펜이 아닌 마운드에 올라가 한 이닝을 더 소화해도 되는 것 아닌가.
“원래는 3, 4이닝만 던지기로 했었다. 상황이 어떠하든 4이닝 이상은 올라갈 수 없었다. 즉 투구수가 남았다고 해서 약속된 이닝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전 애리조나에서 라이브 피칭을 했을 때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보폭이 어느 정도 벌려지는지를 신경 썼던 걸로 기억한다. 오늘 등판에서는 보폭이 어떠했던 것 같나.
“괜찮았다. 오늘 전체적으로 아프지 않았을 때의 보폭이 나왔다.”
―4회부터는 타순이 다 돌아 두 번째 상대하는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궁금하다.
“더 집중했고 더 신경 썼다. 물론 강한 타구가 나와 안타를 허용했지만 더 집중해서 마운드를 운영했다. 그때 내가 가장 잘 던지는 체인지업으로 병살 유도, 땅볼 유도를 했다.”
―애리조나에서 기자와 인터뷰 했을 때 란초쿠가몽가에서 재활 등판을 하고 난 후 별다른 이상이 없을 때 부상 이전처럼 100%의 전력을 다해 투구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그렇다. 오늘 지나고 내일도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면 지금보다 더 자신있게 투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재활 등판을 한 차례 더 갖게 되는 건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며칠 내로 정해질 것이다.”
―재활 등판을 한 차례 더 갖고 싶나, 아니면 바로 실전 경기에 투입되고 싶나.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바로 실전 경기에 오르고 싶다. 내일 몸 상태를 체크해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구단에 압력을 넣어서라도 하루 빨리 경기를 치르고 싶다.”
―자신 있나.
“자신 있다. 난 (다저스에) 복귀할 준비가 됐다. 팀에 합류해서 도움이, 보탬이 되는 선수이고 싶다.”
―정규시즌을 선발 투수로 나갔다가 플레이오프에 오른 구단이 당신에게 다른 보직을 요구한다면?
“아직까지 그와 관련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잘 모르겠다.”
류현진은 란초쿠카몽가와의 인연을 거론하자, “빅리그 선수라면 이곳에 또 다시 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오더라도 짧게 머물다 LA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허벅지 부상 이후 처음으로 가진 재활등판에서 류현진은 희망을 안고 다시 LA로 돌아갔다.
미국 란초쿠카몽가=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