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이미 위축되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에 또다시 일격을 가한 셈이다. 이번 사태로 대책 수립에 가장 분주한 곳이 바로 외국계 부동산투자 회사들이다. 북핵문제로 한국 부동산시장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해외 투자자들이 이번 무디스의 결정으로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부동산투자업체 및 국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무디스사의 이번 발표로 오피스빌딩을 비롯한 한국 부동산시장에 투자를 결정했던 해외 투자자들마저 관망세를 보이거나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인 C&W 김범중 자산관리팀 이사는 “북핵사태로 인해 2주 전부터 한국 부동산시장에 투자하려던 해외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거나 아예 투자를 포기하고 있다”며 “북핵사태로 해외 투자자들이 망설이고 있는 가운데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내려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로 해외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있는 A생명 기업금융파트 관계자는 한국 오피스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실사를 마친 해외 투자자에게 무디스사의 발표 다음날 아침 전화를 했더니 “조금 더 지켜보자”며 투자자가 갑자기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외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이 외환위기 때와 다르기 때문이다.
CB리처드 앨리스 이녹정 차장은 “외환위기 때 해외 투자자들은 위험을 안고 투자해 시세차익을 따지는 캐피털 게인(자본 수익형) 형태의 투자인 반면 최근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임대수입 등을 노리는 인컴 게인(수입 축적형)이기 때문에 북핵사태로 인한 이번 무디스의 결정에 더욱 민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 신용등급 하락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기는 금융권 부동산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간접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동양증권 건설담당 박형진 애널리스트는 “무디스의 신용도 하락이 ‘컨트리 리스크(국가별 위험도)’를 높여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부동산 투자에 좀 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국내 건설경기는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보다는 이번 사태로 인한 경기 위축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재언 부동산컨설턴트도 “정부의 투기억제책으로 인해 최근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외환위기 때처럼 국내 부동산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기보다는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얼어 붙게 하는 정도에 그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분양계획이 많이 잡혀 있거나 개발사업이 많은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림건설 곽영소 이사는 “경기 위축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무디스의 발표로 실수요자마저 관망세로 돌아설까 걱정”이라며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가져온 북핵이 빨리 해결돼야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김홍배 전무이사도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이 가라앉는 상황에서 무디스 발표까지 겹쳐 중소건설업체의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