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5로 1년 5개월만에 가장 낮다. 100 미만이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앞으로 기업의 생산과 투자감소가 산업전반에 걸쳐 심해질 수 있다.
기업은 산업을 발전시켜 고용과 소득을 창출하는 국민경제의 중추기관이다.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것은 경제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먹고 사나? 보통 불안한 것이 아니다.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자영업이 붕괴위기에 처했다. 경제가 저변에서부터 무너져 서민들이 먼저 생계수단을 잃고 있다.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100만을 넘을 전망이다. 국내자영업은 680만명에 이르는 관련종사자를 고용하고 있다. 국내 전체취업자의 25%다. 우리 경제는 고용창출능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실업이 증가하자 실업자들이 마지막 생계수단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일이 많다. 수요에 비해 업체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 과당경쟁의 필연적이다. 더욱이 이들은 자영업 관련지식이나 실무경험이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경영능력이 부족하다. 또 자체자금이 부족하여 고금리의 대출금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경기가 침체하고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집단부도 위험에 처한다.
자영업붕괴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 정부의 임금정책이다. 정부는 올 들어 최저임금을 지난해 대비 16.4%나 올리고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였다.
그러자 자영업의 경영난이 급격히 악화하여 폐업의 함정에 빠졌다. 더구나 내년에 최저임금은 다시 10.9%나 오른다. 자영업의 생존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영업은 경제의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곳곳에서 끊어질 경우 경제가 온전할 리 없다.
현재 우리 경제는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주요산업이 중국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다. 여기에 미중무역전쟁이 본격화하여 수출이 불안하다. 가계부채와 실업증가로 내수도 빈사상태다. 부도위기에 처한 한계기업이 15%에 달한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 저변을 떠받치던 자영업이 무너지자 일반기업의 연쇄부도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발 경제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이 거꾸로 경제상황을 악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생산과 투자를 위축해 성장률하락, 실업증가, 빈부격차심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산업의 부실로 인해 경제의 공급부문이 와해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임금정책이 인건비부담을 급격히 늘리자 기업부도와 산업붕괴를 재촉하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실업을 막고 경기를 살리려 해도 모래밭에 물 붓는 격이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하여 공급부문을 살리는 것이 경제회복의 요체다.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은 산업에 따라 신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부실산업정리, 미래산업발굴, 규제개혁, 기업금융발전, 노사관계개선 등의 산업정책이 절실하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리는 것이 진정 노동자를 위하는 길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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