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들과 경제연구소들은 부동산시장이 외환위기와 같은 폭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으며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올해 매매가격이 작년 대비 0.5% 하락하고 전세가격과 토지시장은 각각 1.0%와 1.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도 올해 부동산시장이 하향조정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동산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외부요인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지역의 아파트 거래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1월 서울지역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지난 2001년 1월 이후 24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
현재와 같은 부동산시장의 침체 상황이 장기화되면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속출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진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은행돈을 빌려 아파트 매입에 나섰다. 당시 아파트값의 80%까지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5천만원만 있으면 2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손쉽게 살 수 있었다.
이는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려도 1년 이자가 1천만원을 넘지 않지만 아파트값은 호재가 있을 때 한달에 1천만∼2천만원씩 쉽게 뛰어 하루라도 빨리 아파트를 사는 것이 ‘돈버는 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폭발적 증가해 현재 1백31조원이 넘었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은행 가계대출 잔액도 2백24조원에 달한다.
급기야 정부는 가계대출의 연착륙을 위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가계대출 72조원의 만기 연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24조원의 만기를 3년 연장해 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의 만기 연장에 나서고 있음에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부동산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경우 아파트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높은 은행이자를 부담해 온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높은 대출한도를 적용받았던 부동산들은 상환기간이 연장돼도 축소된 대출한도를 적용받아 차액만큼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지난 9월부터 아파트가격이 주춤하고 일부지역은 오히려 하락해 아파트가격이 꼭지점일 때 매수한 사람들은 높은 은행이자를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아파트가격보다 은행 빚이 많은 일명 ‘깡통 아파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 최근 정부가 부동산 과세와 관련, 재산세·종합토지세 등 보유과세를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한 것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 부실도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월 연체율이 은행 1.9%, 카드 11.2%로 급등하고 신용불량자가 2백74만 명으로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 관계자들은 신용카드 부실이 가계부실로 옮겨가 부동산담보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여겨볼 만한 곳은 법원경매시장이다.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클수록 활기를 찾는 곳이기 때문이.
아직 법원경매물건이 본격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은행권 여신관리 담당자들은 시세의 80∼90%까지 은행돈이 포함된 부동산은 대출한도 축소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부터 경매시장에 대거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흥은행 여신관리부 최창학 차장은 “지난해 시세의 80∼90%까지 담보대출을 받은 물건은 최근 대출비율이 60%까지 떨어져 상환기간을 연장해도 대출금의 20∼30%를 상환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경매를 신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