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미에서 영화 ‘목격자’는 철저한 소시민 아버지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가족을 사랑하고, 지금 자신이 일궈 놓은 눈앞의 현실이 너무나도 소중한. 그래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그가 직면한 이기와 이타를 보여준다.
영화 ‘목격자’ 스틸컷. 사진=NEW 제공
6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목격자’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서 조규장 감독은 “‘목격자’는 일반 스릴러와는 다르게 소심했던 사람이 영웅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닌 것 같다. 소심했던 사람이 끝까지 소심해지는 것”이라며 “사회 속 개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개인의 안전을 누가 책임져 줄 것인지, 공동체 안에서 개인이 안전해질 수 없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평범한 소시민 상훈(이성민 분)이 아파트 내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상훈은 살인범 태호(곽시양 분)를 목격했고, 그 역시 상훈을 알아챘다. 상훈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태호로부터, 그리고 태호의 범행을 목격했다는 사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경찰의 목격자 진술 요구를 필사적으로 거부하며 평온한 자신의 현실에 안주하려 애쓴다.
일반적으로 이런 류의 스릴러 무비에서 목격자는 단 한 명, 주인공뿐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목격자’에서 목격자는 최소 3명 이상의 다수다. 상훈은 그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하고, 그렇기에 더욱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겠지. 굳이 내가 신고할 이유가 있을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이기’는 상훈의 이런 생각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성민은 “촬영하면서도 끊임없이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부분이 그거다. ‘왜 아무도 신고를 안 하지?’ 이게 (영화를 볼 때) 말이 되게 해야 한다고 계속 고민했다”라며 “사실 실제로 나였으면 신고를 했을 거다. 하지만 극 중에서 상훈이 신고를 해 버리면 영화가 안 되지 않나(웃음)”라고 설명했다.
영화 ‘목격자’ 스틸컷. 사진=NEW 제공
끈질기게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 재엽 역을 맡은 김상호는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신고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위험까지 무릅쓰고 가족들을 위험에 빠트릴 필요가 없지 않은가”라면서도 “하지만 오늘 영화를 보니까 마음이 바뀌었다. 신고 해야겠다. 신고 한 번 안했더니 (일이) 너무 복잡해졌다”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영화 속 상훈의 아파트 주민들은 살인 사건 이후 끊임없이 ‘집값’을 걱정하며, 이를 위해 경찰과 언론에 결코 살인사건 수사 협조를 하지 않기로 한다. 상훈은 가족과 자신의 안위, 아파트 주민들은 재산이라는 목적의 차이가 있지만 이기주의라는 공통점은 극의 중반부까지 이어진다.
상훈과 달리 상훈의 처 수진(진경 분)은 이와 같은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됐다가도 아파트 주민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이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진경은 “초반에는 저도 다른 주민들처럼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기적인 모습을 지닌 인물처럼 보이지만 이후 4층 주민의 남편을 도와주는 (이타적인) 장면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훈과 수진이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면도 있으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를 지향하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로 목격자인 상훈을 끝까지 쫓는 태호 역을 맡은 곽시양은 대사가 거의 없이 제스처와 눈빛만으로 2시간 동안의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그는 살인마 역할을 맡기 위해 13kg를 증량한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샀다.
곽시양은 “이전에는 달달한 역할, 짝사랑 남자 역할을 맡은 일이 많았다면 이번 태호 역은 많이 상반되는 캐릭터여서 처음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등 난관이 좀 있었다”라며 “그러나 이후 정남규라는 실제 살인마를 모티브로 가져가면서 연기를 숙제로 생각하지 않고 쉽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느낌으로 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남규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13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다.
사진=NEW 제공
후반부부터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벌어지는 살인마와 목격자의 격투 액션 씬은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이기도 하다. 위축되고 소심했던 상훈이 자신의 가족이 직접적인 위기에 직면하자 태호와 직접 빗속에서 1대 1 혈투(?)를 벌인다.
“영웅이 아닌 소심한 사람이 끝까지 소심해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액션 씬에서 상훈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이다 장면’은 없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발버둥치는 모습은 ‘소시민적 영웅’으로서 장식하는 마지막 모습에 어울린다.
다만 관객들은 조금 다른 것에 신경이 쓰일 수 있다. 배우들의 ‘키’ 문제다. 이성민은 “내가 많이 작긴 하다. 그렇지만 액션 씬을 찍으면서 키 때문에 힘든 건 전혀 없었다”라며 “겨울에 찍은 장면이었는데 정말 너무 추웠다. 추위가 문제였지 키 때문에 불편한 건 없었다. 애기(곽시양)가 덜덜 떠는 걸 보고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프로필 상 곽시양은 186cm, 이성민은 178cm다.
한편 영화 ‘목격자’는 우연히 아파트 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 보험회사 직원 상훈(이성민 분)과 그를 알아챈 살인범 태호(곽시양)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단 한 명도 목격자가 나오지 않은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재엽 역에 김상호, 상훈과 함께 살인범의 마수에 놓인 부인 수진 역에 진경이 열연을 펼친다. 8월 15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