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마쓰라바 다니시는 5년 전부터 누군가가 죽어나간 집을 수소문해 그곳에서 거주해왔다. 사진은 다니시가 출연한 DVD ‘쇼치쿠 귀신의 집 본점’. 사진=다니시 공식 트위터
“사고물건이라고 해서 꼭 유령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5년째 ‘무서운 집’에 거주 중인, 개그맨 마쓰바라 다니시는 “아직 뚜렷한 인간형태의 유령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묘한 체험은 종종 겪었다.
특히 처음 살았던 모 아파트는 지금 생각해도 으스스한 곳이다. 그 집은 오사카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입지 좋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사고물건이 된 이유는 짐작대로 살인사건이다. 오래되고 작은 아파트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당시 아파트 주민들이 대거 이사하고 말았다. 더욱이 새로운 입주자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집세는 갈수록 떨어져만 갔다.
애초 사건 발생 이전부터 이 아파트는 부동산 일대에서 ‘유령 건물’로 유명했다고 한다. 오래전 아파트 주민 여성이 자살한 일이 있었는데, 그 탓인지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여자 귀신을 봤다’는 목격담이 끊이질 않았다.
다니시가 이 아파트에서 살게 된 계기는 케이블방송의 심령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신진 연예인이 6개월 동안 ‘사고물건에 거주하는 모습을 관찰카메라로 지켜본다’는 기획으로, 만약 유령이 카메라에 찍힐 경우 개런티를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데뷔 10년차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노출이 거의 전무했던 다니시는 유령이 꺼림칙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프로젝트에 임하게 됐다.
그런데 이사하고 1주일 뒤, 다니시는 아파트 근처를 걷던 중 자동차와 부딪치는 접촉사고를 당했다. 공교롭게도 이사를 도와준 3명의 개그맨 후배들도 각각 다른 장소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대해 다니시는 “우연일지 몰라도 그땐 ‘영적인 뭔가가 나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게 아닐까’ ‘혹시 협박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모두 큰 부상이 아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회고했다.
카메라에 찍힌 정체 모를 부유물. 사진=다니시 블로그
현재 다니시는 도쿄 신주쿠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전 거주자가 목을 매달아 자살한 곳이다. 월세는 6만 엔(약 60만 원). 다행히 유령을 목격하진 않았지만, 가끔씩 복도에서 환청이 들릴 때가 있다. 다니시는 “할머니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봤는데 아무도 없었다”며 오싹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고물건은 자살과 타살, 고독사 등 여러 이유로 사람이 숨진 집이다. 그래서 흔히들 “집세가 싸다” “심령현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로는 어떨까. 다니시는 일본 매체 ‘스모(SUUMO)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확실히 집세가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싸진 않다. 예를 들어 월세 15만 엔짜리가 7만 엔이 되는 일은 없다. 대개 2만 엔 정도 싸다. 건물이 낡은 경우라면 본래 월세가 싸기 때문에 5만 엔짜리가 3만 엔이 되기도 한다. 다만 사고물건은 초기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보증금, 사례금을 받지 않으므로 돈이 부족하거나 주택 관련 비용을 줄이고 싶은 사람,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추천한다.”
그렇다면 심령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다니시는 “기묘한 영상이 찍히고, 여러 불가사의한 체험을 한 것은 한 집 정도였다. 이외의 집에서는 그렇게 괴이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감이 강한 친구들은 그의 집을 방문하길 매우 꺼려한단다.
책 ‘사고물건 괴담, 무서운 집’을 출간한 다니시. 사진=다니시 공식 트위터
특별히 ‘타살이 원인인 사고물건’은 고심해야 한다. 죄를 지은 사람이 현장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벌에 따라 달라지지만, 몇 년 후 출소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만약 집에서 범인과 조우한다고 생각하면 소스라칠 법한 일일 것이다. 다니스는 “심령현상보다 살아 있는 사람 쪽이 몇 배는 훨씬 더 무섭다”고 털어놨다.
현재 다니시는 사고물건에서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괴담 토크쇼’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지난 6월에는 실제 체험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고물건 괴담, 무서운 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일본 매체에 따르면 “어느 해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선지 관련 책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앞으로도 사고물건에서 생활할 것인가”를 묻자, 다니시는 “계속 살고 싶다. 스스로도 심령현상이랄지 유령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폐허나 황폐한 마을에도 흥미가 있다”며 새로운 장르에도 의욕을 내비쳤다.
다니시는 이렇게 말했다. “사고물건에서 생활하다보면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당연한 순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 사람의 인생, 스토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덕분에 인생에 기한이 있는 만큼 여러 곳에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물론 이런 생활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사고물건에 거주하다보니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 외출을 자주 하게 된다”며 그는 웃어보였다.
다니시의 말처럼 사고물건에는,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짙게 배어있다. 그래서 ‘사고물건에 산다’는 것은 인간의 빛의 해당하는 부분도, 보이지 않는 그림자의 부분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사는 일과 같은 것일지 모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