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오너 4세들이 GS칼텍스·GS리테일·GS홈쇼핑 등 유력 계열사를 지배하는 ㈜GS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한 GS그룹이 13년간 유지한 허창수 회장 이후의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계구도 판짜기라는 것.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이뤄진 총수 일가의 ㈜GS 주식 매수·매도 흐름을 보면,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과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등 오너 3세는 모두 매도에, 허준홍 GS칼텍스 전무와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등 오너 4세는 모두 매수에 집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GS그룹 총수 일가의 ㈜GS 주식 매수·매도는 총 45회로 나타났다. 지난해 1년 동안 이뤄진 총수 일가의 ㈜GS 주식 매수·매도 횟수(43회)를 7개월 만에 넘어섰다. 이 기간 오너 3세는 ㈜GS 주식 17만 4149주를 팔았고, 오너 4세는 36만 6008주를 사들였다. ㈜GS 주식 매수에 나선 오너 3세는 없었다. 매수 주체는 오직 오너 4세였다.
GS그룹 오너 4세들이 지주사인 ㈜GS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GS남촌재단. 박정훈 기자
재계에선 ㈜GS 지분이 GS그룹 전체 영향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오너 4세들이 승계에 앞서 ㈜GS 지분 확보를 통해 영향력 넓히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GS그룹 자산 총액이 늘어난 데다 중년에 접어든 4세들이 주요 계열사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어 곧 후계구도가 짜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GS그룹 승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어 지주사 지분이라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GS 지분 확보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쪽은 ‘범삼양가’로 분류되는 오너 4세들이다. 특히 허광수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상무는 올 들어 13회(19만 3600주)나 ㈜GS 주식을 매수, 지난해 말까지 1.22%였던 지분율을 1.42%로 올렸다. 같은 기간 허남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전무는 ㈜GS 주식 12만 주를 매입, GS그룹 계열사에 몸담고 있는 오너 4세 중 가장 많은 1.95% 지분을 확보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도 지난 6월부터 지분 확보에 나섰다. 허세홍 대표는 올해 들어 7월까지 총 10만 2426주를 매입, ㈜GS 지분율을 1.40%에서 1.51%로 끌어올렸다. GS그룹이 허창수 회장과 허동수 회장의 사촌경영으로 움직이는 만큼 ㈜GS 지분을 확보해 후계자 위치까지 노려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GS그룹이 유교적 가풍에 기반을 두고 장자승계를 고수해 온 LG그룹과 유사한 가풍을 가졌음에도 2004년에야 계열분리, 사실상 이번이 독자경영 이후 첫 번째 승계라 향후 후계구도가 어떻게 짜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룹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경련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GS그룹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4세는 차기 후계자로 꼽히는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전무를 포함해 허동수 회장의 장남 허세홍 대표, 허남각 회장의 장남 허준홍 전무, 허광수 회장의 장남 허서홍 상무,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 허철홍 ㈜GS 상무 등이다.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허윤홍 전무의 ㈜GS 지분은 지난해 이후 제자리다. 허 전무는 지난해 10월 3만 7810주 매입으로 얻은 ㈜GS 지분율 0.52%에 멈춰 있다. 허준홍 전무가 가진 ㈜GS 지분율의 4분의 1 수준이다. 허윤홍 전무는 ㈜GS 최대주주인 허창수 회장 지분을 물려받을 수 있지만, 허준홍 전무 역시 아버지 지분 승계 시 지분율 4.3%로 오너 일가 중에선 막강한 지분을 가질 수 있다.
GS그룹 내부에선 허준홍 전무를 포함해 범삼양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범삼양가 오너 4세가 GS그룹 후계자 후보에 오르지 못한다고 해도 ㈜GS 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돈 되는 사업을 엮어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LG 구씨 일가와 GS 허씨 일가는 허준구 회장을 끈으로 인척 관계를 넘어 동업관계로 발전했다가 승계 이후 계열을 분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최근 구본준 LG 부회장이 LG에서 계열분리를 진행하는 것도 구광모 LG 회장의 승계에 따른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몇 대에 걸쳐 후계 승계를 경험한 LG와 달리 GS그룹은 허창수 회장부터 시작인 터라 향후 후계구도가 어떻게 흐를지 알 수 없기에 오너 4세들이 ㈜GS 지분을 앞다퉈 확보하는 것”이라며 “오너 4세를 중심으로 한 ㈜GS 주식 매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GS 승계 분위기, LG와 왜 다른가? 2004년 독자경영을 시작한 허씨 일가가 후계 승계 문제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47년부터 LG 구씨 일가와 반세기 넘는 동업관계를 유지했지만, ‘장자승계’라는 가풍이 약한 데 더해 허창수-허동수 회장의 사촌경영 형태여서 계열분리마저 쉽지 않다. 여기에 오너 4세들은 저마다 지주사 지분 확보에 열중, 승계구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재계는 GS그룹이 기업을 세운 1세대와 글로벌 시장 안착 및 기업 성장을 이끈 2세대 역량을 대부분 LG에 기댄 뒤 3세부터 비로소 독자 경영을 시작, 후계구도에 대한 틀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GS그룹은 오랜 기간 LG그룹과 한 울타리에 있다가 2004년 계열분리 후 독자적인 터를 잡은 지 13년에 불과해 후계구도를 신경 쓰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GS그룹은 38명에 이르는 대가족이 주주인 데다 지주회사인 ㈜GS의 지분을 이들이 골고루 나눠 갖고 있다. 비록 허창수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지만 지분율이 4.66%에 그친다. 올해 2월 기준 ㈜LG 지분을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각각 11.06%, 6.12%를 갖고 있었던 것과 대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GS그룹이 장자 승계로 밀어붙이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전무의 ㈜GS 지분이 0.52%에 불과해 허창수 회장의 지분을 받아야 하지만, 1000억 원에 달할 증여세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허윤홍 전무가 자산으로 가진 비상장회사는 대부분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매출액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GS그룹 오너 집안도 유교적 가풍을 갖고 있어 허창수 회장의 장자 허윤홍 전무가 후계자로 가장 유력하지만, 오너 4세들을 중심으로 한 ㈜GS 주식 매입 및 지분 흐름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장자 승계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