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는 이렇다. 2009년 5월경 식당을 운영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A 씨는 건물주 B 씨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263만 원, 계약 기간 1년의 상가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5년 지난 후 2015년 5월 기존 월세 263만 원에서 34만 원 오른 297만 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2015년 12월 C 씨가 해당건물을 인수한 후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C 씨는 건물 리모델링을 한다면서 일시퇴거와 함께 2016년 1월부터 재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1억 원, 월 임대료 1200만 원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청천벽력과 같은 요구에 A 씨는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C 씨는 2016년 4월 해당 건물에 대한 명도 소송을 제기해 “A 씨가 C 씨에게 수차례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요구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2016년 5월 20일에는 전체 임대차 기간이 7년이 되어서 A 씨는 임대차계약의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A 씨가 갱신 요구를 할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차계약 자체가 연장되지 않아 종료됐기 때문에 건물을 C 씨에게 넘겨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냈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7년이 된 A 씨는 건물에서 나가야 했고 생업의 터를 잃게 된 A 씨는 서촌 궁중족발 ‘망치폭행사건’의 가해자로 구속에 이르게 됐다.
그런데 만약 A 씨의 같은 경우가 자신에게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여기에 도움이 될 만한 곳이 있다. ‘서울시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와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서울시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는 변호사, 감정평가사, 갈등조정 전문가 등 26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권리금 회수나 임대료 조정 같은 상가 임대차와 관련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무료로 분쟁 해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44건, 2017년 77건, 올해 상반기만 72건의 분쟁조정이 접수되었으며, 최근 2년 6개월간(’16~’18.6.) 접수된 총 193건 중 83건 조정합의를 이끌었다.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도 권리금 회수, 계약 해지, 임대료 조정, 원상복구 등 임대차와 관련된 어려운 법률 상담을 전화‧방문‧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내용증명 등 서식작성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올 상반기에만 8063건, 하루 평균 약 60건의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중소상공인들은 분쟁조정에 앞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들도 제2의 서촌 궁중족발 ‘망치폭행사건’의 비극을 막자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239개 단체는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을 갖고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사행산업과 유흥주점 등을 제외한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강화하고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던 전통시장과 대규모 점포 중 분양 점포, 독립적인 임대 매장 등에 대해서도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일명 ‘제2의 궁중족발 사태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우 의원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산보증금 제도를 완전 폐지해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고, 상가법의 사각지대로 여겨지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내 영세 입점업체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며, 재건축 및 리모델링을 이유로 편법적으로 횡행했던 내몰림 현상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는 등 영세자영업자의 상가임차 권리를 보다 촘촘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의취지를 밝혔다.
그는 “서울시의 경우 보증금이 6억 1000만 원을 넘는 경우에는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적용범위에서 제외되고, 이는 현행법상 일률적으로 정해진 임대료 증액한도(증액 청구당시의 차임 또는 보증금의 5%)를 상당한 정도로 넘는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져 상가임차인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발의 배경도 덧붙였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기존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별도로 ‘백년가게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정 대표는 7일 궁중족발 ‘망치폭행사건’이 발생한 서울 종로구 서촌을 찾아 “백년가게 특별법은 중소상공인의 임차권 보호에 최우선의 목적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상가건물 임대차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방안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효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