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넴이란 아이는 저와 닮은 점이 많아 정이 간답니다!”
아름다운 발라드 히트곡들로 유명한 정통파 팝가수인 그녀가 독설적이고 거친 입담의 까마득한 후배 랩퍼와 닮은꼴이라니! 최근엔 마치 은퇴라도 한 듯이 유행음악도 듣지 않고 자신의 정원만을 가꾸며 고상한 생활을 즐기던 바브라가, 욕설이 난무하는 랩을 하는 에미넴을 재평가하게 된 것은 영화 <8miles>를 보면서였다.
최근 미국 내에서 개봉되어 히트중인 이 영화는 다름 아닌 에미넴의 헐리우드 데뷔작. 올해 환갑의 나이인 바브라는 에미넴의 과거사가 녹아있는 이 영화를 보며 이상야릇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랩퍼들의 전용어가 주였던 영화 속 대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했어요. 마치 외국 영화를 보는 것 같았죠. 하지만, 에미넴과 제 사이에 뭔가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먼저, 이 두 아티스트는 뉴욕 브루클린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공통점이 있다. 매부리코의 못난 유태인 계집애라며 어릴 적부터 놀림을 받으며 자랐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불우한 가정에서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에미넴 모두 새로운 삶을 간절히 갈구했었다.
물론 전혀 다른 스타일과 방법이었지만 자신들의 자아를 발견하고 불태우는 도구로 삼았던 것이 바로 음악이다. 바브라는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사랑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에미넴은 자신의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과 과거의 불행을 랩으로 토로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특유의 다부진 근성으로 팝 음악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바브라가 에미넴에게 보이고 있는 호감은 이런 동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이들은 다방면에서 넘치는 끼를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뮤지컬 배우로 출발해 가수와 영화배우를 거쳐 영화 감독과 제작자로도 큰 성공을 거둔 바브라는 각종 사회, 정치활동까지 참여하는 재능 넘치는 맹렬여성이다. 에미넴 역시 랩퍼로 성공하면서 다른 랩퍼들의 앨범에 참여를 하더니 최근엔 랩퍼 50센트의 앨범에 대 프로듀서로 정열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영화가 대히트하면서 배우로서도 흥행성을 입증한 상태다.
본격적 활동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고 있는 바브라는 “이제 젊은 세대들에게 자리를 내줘야죠” 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일 욕심 많기로 유명한 그녀가 언제까지 조용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미 히트 영화 주제가들을 모아 노래한 새 앨범을 내년에 발표할 계획이 있다.
최근에 듀엣곡을 즐겨 부르고 있는 그녀의 다음 상대가 에미넴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