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에서, 검찰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과 관련한 김희중 전 실장의 진술조서 내용을 공개했다.
김희중 전 실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지내던 당시 비서관을 했고, 대통령 당선 후에는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내 ‘영원한 MB 비서관’으로 불렸다.
조사 당시 검찰은 김희중 전 실장에게 이팔성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에서 만났다는 내용과 함께 ‘김희중 항상 고마웠음’이라고 쓰인 2008년 2월 23일자 메모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제가 면담일정 잡아줬던 것과, 기다리면서 저와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앞서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을 잘 만나주지 않은 적이 있어, 면담을 잡아 준 김 전 실장에 대해 고맙다는 의미로 이 같은 메모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이 전 회장이 산업은행장,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희망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비망록 내용은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전부 정확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또한 검찰에서 김 전 실장은 양복점 직원이 이 전 회장이 맞춰준 정장 치수를 재기 위해 시장 집무실까지 찾아온 일화도 털어났다.
그는 “어느 날인가 이팔성이 저에게 연락해 ‘시장님 정장 치수 재러 언제 가면 좋겠냐’고 했다. 일정 잡아준 그 날짜에 정장 직원이 서울시장 집무실에 와서 치수를 재고 돌아갔다”며 “당시 굉장히 유명하고 고급스러운 맞춤형 양복집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월~2008년 4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나 산업은행 총재 임명 혹은 국회의원 공천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이 전 회장으로부터 19억 6230만 원, 2010년 12월~2011년 2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 대가로 3억 원 등 총 22억 623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액수에는 양복 1230만 원도 포함돼 있다.
특히 지난 7일 공판에서는 이팔성 전 회장이 “이명박과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 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적은 2008년 3월 28일자 비망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비망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인사청탁 및 금전공여를 둘러싼 경위, 당시의 심경 등이 날짜별로 소상히 담겨있었다.
이에 검찰은 “돈을 지원했는데도 인사상 혜택이 없어 이에 대한 분개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