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자영업 담당 비서관실을 신설하고 직접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제공
자영업비서관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나온 아이디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현안과 관련해 구직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경제주체의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라며 “대통령이 경제·시장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한다는 소식에 정작 자영업자들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경기도에서 의류가게를 하는 백 아무개 씨(30)는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고 자영업 비서관을 만드는 땜질식 처방을 원치 않는다”며 “비서관 자리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로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도 인태연 신임 자영업비서관에 대해 “임명 전 최저임금이 급격한 인상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인 비서관은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만약 자영업비서관에 또 관료 출신을 넣으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말 자영업하던 인물을 발탁했다.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본다”며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정책 노선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시간을 갖고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추가 합류한 6명의 비서관들을 두고 ‘청와대가 운동권 색깔이 너무 짙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6명 중 4명이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영배 비서관은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서총련)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민형배 비서관은 전남대 운동권 핵심으로 분류된다. 김우영 비서관은 성균관대 총학생회 부학생회장 출신이고 정현곤 비서관은 1986년 건국대 점거 농성에서 학생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이들 중 3명이 전직 구청장 출신인 점도 눈길을 끈다. 또한 ‘참여정부 키즈’기도 하다. 김영배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행사기획비서관을 거쳐 서울 성북구청장에 출마해 당선됐고 재선까지 했다.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 출신인 김우영 비서관도 서울 은평구청장을 재선까지 한 바 있다. 두 비서관 모두 지난 지방선거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들 비서관은 ‘문의 남자’로 까지 불리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불출마 결정을 하면서 청와대 입성이 예정돼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민형배 비서관은 2010년 광주 광산구청장에 당선돼 재선까지 역임했다. 다만 민 비서관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에 도전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나머지 비서관들은 학생운동권 출신은 아니지만 역시 결이 비슷한 사회운동권 출신이라 인재 풀이 너무 좁지 않냐는 지적이다. 인태연 비서관은 한국 중소상인 자영업자 총연합회 회장으로 2006년 대형마트 확장 출점 저지, 2010년 대기업 식자재 납품 논란, 2013년 편의점·남양유업 갑질 논란 등 중소상인·자영업자 운동에 중심에 있었다. 강문대 비서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으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등 양심수 석방 운동을 주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청와대가 너무 자기 편한 사람들로만 인선을 하는 모습이다. 참여정부 출신, 시민사회운동, 학생운동 정도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때로는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