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티셔츠에 검정 청바지를 입고 입을 꼭 다문 채 무대에 선 자그마한 소녀. 그녀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괴성을 지르자 공연장은 이내 후끈한 열기에 휩싸였다.
지난 4월10일 토론토에서 열린 이 소녀의 첫 북미 콘서트는 마치 1964년 비틀즈가 미국의 케네디 공항에 첫 발을 내딛었던 당시 상황을 재현한 듯했다는 평이다.
콘서트장에 모인 관중들의 평균 연령은 14세. 이들이 열광한 ‘그녀’는 지난해 중반부터 파죽지세로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이미 록음악계를 접수한 올해 18세의 록싱어 아브릴 라빈(Avril Lavigne)이다.
그녀의 데뷔 앨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죠! 내가 만드는 음악들이 그리 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저 내 속의 말을 끄집어내고, 내 또래 아이들을 얘기하는 것뿐이에요.”
절대로 남들처럼 팝음악계의 꼭두각시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아브릴은 어느 샌가 “안티 브리트니(Anti-Britney)”의 대표주자가 되어버렸다. 선머슴처럼 남자 뮤지션들과 몸을 부딪치며 고함지르는 그녀는 큰 가슴과 빵빵한 엉덩이로 남자들을 유혹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류의 다른 여가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팬들은 이런 그녀를 마치 여성 해방운동 전사처럼 대우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아브릴은 이미 두 살 때부터 독특한 음성과 울음소리로 주위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작은 활화산을 가슴에 품고 있던 그녀에게 학교 수업은 영 흥미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침대 위에 눈을 감고 올라서서 수 백만 관중들을 상상하며 가슴이 벅차도록 노래를 불렀던 것이 어린 시절의 전부였다.
“어릴 적부터 음악은 제 평생의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그녀는 아예 다른 것에는 관심을 끊어버리고 뉴욕과 LA를 여행하며 작곡에만 몰두를 했다. 그리고 16세가 되던 해 큰 행운을 맞았다. 바로 유명한 프로듀서이자 제작자로 수많은 가수들을 발굴해 낸 안토니오 LA 리드 (Antonio L.A. Reid)의 제안으로 레코드 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겨우 2년 만에 아브릴은 그래미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크게 성장해 버린 것.
현재 팝음악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이 당찬 소녀의 행보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그녀는 5월까지의 북미 투어에 이어 일본에서의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