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지독한 사랑에 중독됐다. 매주마다 사랑하는 연인을 보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날 듯 호들갑을 떨고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모두들 ‘애인’ 얘기뿐이다. 이들이 매주 화요일 연인을 만나기 위해 모여드는 곳은 TV브라운관 앞.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신개념의 팝스타 찾기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을 보며 미국인들은 이렇게 달콤한 사랑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우상을 뽑는 이 쇼는 수천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결선에 오른 10명의 참여자들 중 전화인기투표에 근거해 매주 한 명씩을 떨궈내는 방식으로 이제 두 가수의 불꽃 튀는 대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과거의 우상들과는 한참 동떨어진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혹자는 ‘미국인들의 입맛이 드디어 갔다!’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스타답지 않은 이 두 스타들의 매력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먼저 일명 ‘마마보이’ 혹은 ‘홀쭉이’로 통하는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 클레이 에이킨(Clay Aiken·24). 그는 바짝 마른 체구에 얼굴에 주근깨를 지닌 평범한 이웃집 소년 같다. 자신에게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는 그는 어른들을 웃기고 너스레를 떨 줄도 아는 전형적인 착한 아들상이다. YMCA의 여름 캠프의 선생님으로, 특수학교의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모범적인 시민이기도 하다.
사범대학에 재학중인 그는 항상 졸업 후 장애아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일하겠다는 꿈을 꿔왔다. 하지만 아메리칸 아이돌에 출연한 뒤 그는 미국인들의 스타로 탄생했다. 매회마다 그 작은 체구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오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그는 아름답고도 힘찬 목소리의 소유자다.
그는 흑인 R&B음악의 대명사인 루터 반데로스에 버금갈 만한 감성적인 음악으로 벌써부터 가는 곳마다 여성들의 비명을 자아낸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프로듀서는 지난 투표에서 이들이 겨우 2%의 인기 차이를 보였다며 흥미진진한 마지막 대결을 홍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