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해 “공소사실의 모든 범죄 증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무죄 선고를 내렸다.
선고 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고성준 기자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나 의문점이 많다”라며 “피해자의 내심이나 심리상태를 떠나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상황이나, 피해자가 (위력으로 인한) 무기력 상태에 빠진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인 김지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33)가 주장했던 안 전 지사의 평소 위압적인 모습, 주변인들에 대한 위력 행사도 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평소 자신의 위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남용해 피해자나 직원의 자유 의사를 억압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당시 김 씨의 자유 의사를 제압할 정도로의 위력이 실재했는지, 이를 상시 행사해 왔는지 등의 여부가 김 씨가 제출한 증거나 김 씨 측 증인의 증언 등을 통해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과 김 씨가 제기한 안 전 지사의 각 범죄에 대해 개별적으로 나눠 판단했다. 이 가운데 몇몇 범죄 사실과 관련해서는 김 씨가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안 전 지사와 함께 행동한 점, 안 전 지사에 대한 존경심이나 개인적인 호감을 전혀 나타낼 필요가 없는 제3자의 앞에서도 그러한 감정을 드러낸 점, 피해 직후 안 전 지사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등에서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만한 어떠한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권력적 상하관계’에 있어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 등을 피할 수 없었다는 김 씨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김 씨와 안 전 지사의 관계가 지위에 따른 위력이 행사될 수 있음은 인정했지만 그러한 관계에 있는 남녀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무죄 선고에 여성계는 즉시 반발했다. 김 씨의 재판을 지속 지원해 온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측은 이날 선고 직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을 규탄하기도 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 씨를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위력을 이용한 상습 성폭행 및 강제 추행 등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7월 27일 결심공판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던 바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