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목사 교회 분리 후 재차 통합, 손자에게 물려주기, 교차세습까지 ‘꼼수’ 극성
-당사자들 “역량있고 절차 지키면 돼!” “교회 키운 공로 인정해야!” “상관마라!” 항변
[일요신문] 지난 8월 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의 ‘김삼환-김하나’ 부자 목사 간 세습에 대해 총회법상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교단 교회법엔 엄연히 친족 세습금지 조항이 있지만, 아버지 김삼환 목사는 이미 은퇴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다는 논리였다. 표결 결과는 8대7이었고, 이제 내달 재판국 결과에 대한 교단의 총회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명성교회의 이번 논란은 국내 개신교를 대표하는 초대형 교회라는 점, 그 세습 과정이 대단히 체계적이고 집요했다는 점, 게다가 소속 교단에서조차 이를 인정한 점 때문에 그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문제는 명성교회의 이 같은 세습논란이 국내 개신교단 전체를 놓고 보자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이미 많은 교회들이 세습을 완료했고, 또 시도 중이다. 왜 유독 한국교회의 목사들은 아들 사랑이 이처럼 유별난 것일까. ‘일요신문i’ 탐사보도 언더커버는 이번 주 전국 세습교회 리스트를 공개하는 한편, 한국교회의 세습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 우선 리스트 공개에 앞서 교회 세습의 배경, 진화하는 수법, 그들의 대응 논리와 방식에 대해 살펴본다.
한국교회의 세습논란이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예수는 이러한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왜 세습하는가?
지난 8월 9일 기자와 만난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이번 명성교회의 부자세습 반대시위 일선에 선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교회세습’에 대해 “한국 교회 내에서 성폭력, 횡령 등 여러 윤리적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라면서 “한국교회의 세습 문제는 그 윤리적 문제 중에서도 ‘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2015년 세반연이 기획하고 배덕만 목사(한국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책임연구원)가 책임 집필한 보고서에 따르면, 첫째로 한국 문화 특유의 ‘가족주의’가 꼽힌다. 부모와 자식 간 ‘효’ 문화와 제사, 재산, 호주상속 등 가족승계 및 혈통을 중시하는 한국의 ‘가족주의’가 한국 기독교의 토양으로 자리했다는 것이다. 가족주의는 자본주의와 결합해 ‘세습자본주의’가 된다. 재벌가가 재산을 세습하듯 대형교회에서도 ‘담임목사직’을 세습한다.
둘째로 한국교회 특유의 권위주위가 세습을 야기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교회는 과거부터 목회자의 권위와 지위가 신성하고 고귀하며 월등한 것으로 간주됐다. 전근대적 유교의 영향이 기독교 내에도 강하게 남게 된 것이다. 목회자의 교회 내 영향력은 막강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민주적 절차가 실종되기 일쑤다. 목회자가 세습을 원한다면, 교인들이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세 번째로 목회자의 지나친 과잉 공급이 꼽힌다. 수요와 공급 논리다. 1980년대 이후 신학교의 정원은 크게 늘고 이에 따라 졸업생도 급증했다. 반면 교회의 성장은 90년대 이후 정체 및 둔화됐다. 2012년 기준으로 교단은 230여개, 목회자는 14만 명, 교회는 7만 8000여 개에 달한다. 신학을 공부해도 정작 목회를 할 자리는 부족한 형편이다. 아버지 목회자 입장에서 아들 목회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국 기독교는 교육, 상담, 출판, NGO, 복지 등 목회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담임목사’ 자리를 원하는 ‘담임목회 지상주의’가 팽배하다. 이것이 목회자들의 과잉 공급과 그로인한 세습 유혹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교단의 개교회 중심주의가 세습의 배경으로 꼽힌다. 개교회 중심주의는 교단의 지원과 통제에서 벗어나 개별 교회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나가는 한국 교단 특유의 문화를 뜻한다. 즉 한국 교회 대부분은 중앙 교단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은 상황에서 독립적으로 커나갔고, 그렇기 때문에 통제 역시 느슨하다는 것이다. 즉, ‘세습’ 같은 일선 교회의 비행 행위가 발생해도 교단에서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번 명성교회 사례 역시 예장 통합 총회에서 이전에 ‘세습 금지 조항’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습 저지는커녕 되레 합법으로 결론내린 케이스다.
#세습도 진화한다?
교회세습에 대한 여론의 비판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 교단에서도 ‘세습금지’ 조항 마련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교회에선 세간의 눈과 교단의 금지 조항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변칙세습’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즉, 세습에도 ‘꼼수’가 등장하고 그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의 명성교회 역시 아들 김하나 목사는 ‘새노래명성교회’ 개척, 아버지 김삼환 목사 은퇴 뒤 원로목사로서 설교 지속, 소속 노회 목사 파견, 다시 아들 김하나 목사의 ‘새노래명성교회’ 합병 뒤 담임목사 청빙이라는 변칙 세습을 감행한 케이스다.
가장 일반적인 변칙 세습은 ‘지교회 세습’이다. 직접 세습이 어렵게 될 경우, 지교회를 설립해 아들이나 사위 목사가 부임하는 형태다. 비슷한 케이스로 ‘분리세습’이 있다. 이는 아버지 목사가 여러 교회를 개척한 뒤 그중 한 교회를 아들에게 맡기는 경우다.
이러한 ‘지교회 세습’이나 ‘분리세습’은 훗날 ‘통합세습’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아들에게 맡긴 지교회나 개척교회를 다시 본 교회와 통합시켜 목사직을 세습 및 이양하는 케이스다. 앞서의 명성교회가 이와 비슷하다.
‘징검다리 세습’이라는 것도 있다. 이는 ‘격세 세습’이라고도 한다. 즉 할아버지 목사가 손자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승계하는 경우다. 조선시대 영조와 정조의 관계라 하겠다. 그 중간에 시간을 벌기 위해 임시방편용 담임목사를 내세우기도 한다.
이 ‘임시방편용 담임목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로 ‘쿠션 세습’이다. 아버지 목사가 가까운 목사에게 형식적으로 목사직을 인계한 뒤, 얼마 안가 그 자리를 다시 아들에게 물려주는 형태다.
그런가 하면, ‘교차 세습’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도 있다. 이는 복수의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 실에서 각자 자식이나 지인들을 서로 취업시켜주는 것과 비슷하다. 즉 규모가 비슷한 두 교회의 목회자들이 각각 아들 목사들을 상대방 담임목사로 내세우는 방식이다. 각자의 교회에서는 정상적인 ‘청빙’으로 이를 감추기 용이하며 즉각적인 비난도 피할 수 있지만, 이는 엄연히 ‘불편한 계약’에 의한 꼼수다.
이것이 더 발전해 ‘다자간 세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3개 이상 복수의 교회들이 이해관계 속에서 각자 아들 목사들을 서로 간 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하는 형태다. 이와 관련한 보다 자세한 케이스 별 리스트는 다음 기사에서 다룬다.
8월 7일(화)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를 촉구하는 세반연과 장신대 총학생회의 기자회견 모습. 출처=세반연 홈페이지
#세습 목회자들의 변명
물론 세습을 완료하거나 시도 중인 목회자들에게도 변명은 있다. 앞서의 보고서에 기재된 그 변명의 레퍼토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후계자의 역량이 뛰어나면 상관없다’는 주장이다. 즉 목회자로서 자식의 능력이 뛰어나다면, 세습도 관계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아들’이란 이유로 다른 후보자들의 자격 자체를 박탈하게 된다.
둘째, ‘절차가 정당하면 상관없다’는 주장이다. 즉 교회와 교단의 정한 절차만 거친다면 세습도 관계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대부분 그 정당한 절차를 명분으로 앞서 말했듯, 각종 꼼수와 편법이 동원되기 때문에 ‘절차의 정당성’은 실상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셋째로 ‘외부인의 위험성과 리더십 공백의 부작용’을 내세우기도 한다. 즉 그 동안 교회가 성장하고 나름의 문화가 자리한 상황에서 외부 목회자가 들어설 경우 갈등 및 불협화음이 생길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식이 목회를 물려받을 경우 이 같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리더십의 공백 역시 메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넷째로 ‘그 동안 공로를 인정해 달라’는 논리다. 교회를 개척한 담임목사가 그 교회를 대형교회로 성장시킬 경우, 그 공로를 인정해 세습을 인정해 달라는 주장이다. 이는 목회자 스스로 교회를 자신의 소유물로, 담임목사직 역시 승계의 자리로 인식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교회 내부의 문제’라 주장하며 아예 외부의 개입을 차단하는 케이스도 있다. 즉 목회자 청빙은 개별교회 내부에서 결정할 문제기 때문에 외부인의 주관적 잣대로 그것을 재단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근절 방법은 없나
기자는 앞서의 김애희 사무국장에게 교회세습 문제를 근절하는 방안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김애희 사무국장은 냉정히 “그런 완벽한 근절 방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교계 내부에선 이를 막기 위해 교단의 자발적인 세습방지법 제정, 은퇴 원로 목사의 간섭 배제 조항 등 제도적 장치 마련, 목회자의 수급 조절 및 목회 영역의 다양화 등 생태계 조성, 개별 교회 내부에서의 ‘목회자 임기제 도입’ ‘의사결정 민주화’ ‘목회-행정 분리’ 등 자정 노력, 목회자의 재교육, 시민사회의 모니터링 강화 등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고 실제 시행도 되고 있다.
하지만 세습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사회 인사조차도 그 저지 방안의 효과에 대해 한계를 인식할 만큼 한국 교회의 세습 시도는 매우 집요하고 교묘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한국교회 세습 보고서2] 세습교회 전국 리스트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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