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 특활비를 사실상 전액폐지하는 수순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회 특활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은 지난 13일 국회 특활비 완전 폐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폐지가 확정된 특활비는 10% 남짓으로 드러나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교섭단체인 여야 3당 몫의 특활비만 폐지됐기 때문으로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 특활비는 그대로 남겨 둔 결과다.
올해 편성된 국회 특활비는 62억 원 중 47억 원 가량은 그대로 존치 된 것으로 나머지인 교섭단체 특활비 15억 원도 교섭단체 3당이 지난달부터 특활비를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특활비 삭감액은 하반기 지급분인 7~8억 원에 불과해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문 의장은 진화에 나섰다. 16일로 예정된 국회 차원의 특활비 제도개선방안 발표를 앞두고 이날 국회에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과 박수현 국회 비서실장 등과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은 상임위원장단 몫의 특활비는 전액 삭감하고, 의장단 몫의 특활비만 본래 특활비 목적에 부합되는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경비만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국회특활비 논란이 국회 꼼수 논란으로 확전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 의장은 최소 경비마저 폐지하려 했지만 외교, 안보, 통상 등 국익 관련 최소한의 경비는 불가피하다는 유 사무총장의 설득으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문 의장과 국회의원들이 사실상 국회 특활비 폐지를 결정한 셈이다.
하지만 뒤끝은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16일 유인태 사무총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회 특활비 제도개선방안을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할 예정이지만 국회 특활비 폐지를 전면 내세운 채 내년도 업무추진비 인상 등의 꼼수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국민적 질타 속에서도 확연한 결단보다는 여론만 의식하는 모습이 이미 수차례 보여 졌기 때문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