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합병법인 한화시스템이 출범함으로써 한화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과 후계승계 준비 작업이 본격화됐다. 사진은 2016년 12월 ‘최순실게이트’ 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일요신문DB
한화시스템은 구축함 전투지휘체계, 열영상 감시장비, 탐지추적장치 등 각종 군사장비 제조 및 판매업체다. 2014년까지는 삼성탈레스였다. 대주주인 삼성테크윈이 한화로 넘어가면서 한화탈레스로 이름을 바꿨고, 한화가 영국 탈레스 지분 50%를 매입하면서 한화시스템이 됐다.
한화시스템에 흡수합병된 한화S&C는 원래 옛 한화S&C의 정보통신 사업 부문이었다. 옛 한화S&C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3형제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정보통신 부문을 같은 이름 신설법인인 한화S&C로 떼어내고 존속법인은 에이치솔루션으로 이름을 바꾼다. 이어 에이치솔루션은 한화S&C 지분 44.64%를 2500억 원에 특수목적법인인 헬리오스S&C로 매각한다.
분할 당시 한화S&C의 자기자본은 842억 원(2017년3월 말 기준)에 불과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것도 아닌데 순자산 375억 원어치 주식에 무려 2500억 원이라는 값이 매겨진 것이다.
이 같은 높은 가치평가를 바탕으로 5월 말 한화시스템과 한화S&C의 합병비율은 1 대 0.8901로 정해졌다. 한화S&C의 기업가치가 한화시스템의 89%에 달한다는 뜻이다. 2017년 말 기준 한화시스템은 자본총계 3168억 원, 매출 8586억 원, 세전이익 252억 원이다. 한화S&C는 자본총계 1101억 원. 매출액 1072억 원, 세전이익 109억 원이다. 차이가 엄청난데, 비슷하게 평가받은 셈이다.
거의 대등한 합병비율 덕분에 56.3%였던 에이치솔루션 보유 한화S&C 지분율은 합병법인에서도 26.07%로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에이치솔루션은 지난 16일 합병법인 주식 1073만 주를 헬리오스S&C로 930억 원에 매각, 지분율을 12%로 낮췄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지분율 20%) 때문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 5월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하면서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할 한화시스템 지분을 모두 매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 아들 3형제의 회사가 그룹 정보통신 부문으로만 45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챙긴 셈이다.
높은 값에 지분을 사들인 헬리오스S&C는 유한회사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 회사의 지배구조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스틱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출자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금융감독원 공시에서는 한화 측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 한화나 김 회장 일가의 자금이 출자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화시스템이 상장할 경우 SPC는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한화그룹 제조계열사 지배구조.
정보통신 부문을 매각했지만 에이치솔루션은 여전히 엄청난 자산들을 갖고 있다. 완전자회사인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다. 한화종합화학은 그룹 내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한화토탈(옛 삼성토탈), 그리고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태양광 회사인 한화큐셀코리아의 최대주주다. 해외 발전 관련 자회사들도 거느리고 있다. 배당 등을 통한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나다.
이제 세 아들의 남은 과제는 제조와 금융부문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와 한화생명 지분 확보만 남았다. 자기자본만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규모면 시가총액 2조 5000억 원인 ㈜한화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합병이나 계열사 지분 현물출자면 된다.
다만 한화생명 지분 확보는 조금 더 복잡할 수 있다. 시가총액이 4조 3000억 원에 달하고, 금산분리에 따라 제조계열사가 아닌 금융회사나 총수 일가 개인이 지배주주에 올라야 해서다. 하지만 ㈜한화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면서 금융 부문을 따로 떼어낸다면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김 회장의 아들이 3명이니만큼 최소 3개 이상으로 분할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화그룹 창업자인 고(故) 김종희 회장은 장녀 김영혜 씨에겐 제일화재를 물려줬지만 장남 김승연 회장과 차남 김호연 빙그레 회장 간 후계구도를 미처 정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 회장 형제는 무려 31차례나 재산분할 재판을 벌이기도 했다. 김영혜 씨는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둘째 며느리며, 김승연 회장 부인은 서정화 전 내무부 장관(4선 의원)의 딸이다. 김호연 회장은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다.
최열희 언론인
‘신한금융 피인수’ ING생명 고배당주 추억 속으로 신한금융과 지분교환 후 상장폐지 가능성 ING생명 주주들이 울상이다. 실적 잘 내고 배당 듬뿍 주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신한금융지주에 회사를 넘기려 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MBK로서는 성공한 투자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일반 주주들에게는 파티의 끝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지난 14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ING생명 인수협상이 막바지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날 신한지주 주가는 1%가량 올랐지만 ING생명 주가는 12% 넘게 급락했다. ING생명은 고배당주다. MBK의 정책이 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하는 것이다. 2016년과 2017년엔 순이익의 69.4%, 57.8%를 현금배당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순이익의 44.7%인 820억 원을 배당했다. 덕분에 MBK가 그동안 가져간 배당만도 6139억 원에 달한다. 기업공개(IPO)로 보유지분을 일반투자자들에게 매각한 1조 1000억 원까지 포함하면 ING생명 투자원금 1조 8400억 원 가운데 이미 93%인 1조 7139억 원을 회수했다. 신한지주에 2조 원 초반에만 판다고 해도 4조 원가량을 챙기게 된다. 원금 대비 수익률이 배가 넘는 셈이다. 반면 지난해 5월 3만 3000원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한 일반투자자들의 수익률은 떨어진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10% 남짓 높을 뿐이다. 올 초 한때 6만 2000원을 넘기도 했지만 매각 시점이 다가오면서 거의 반토막이 났다. 투자자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4만 5000~5만 5000원에 매입했다.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연간 현금배당 수익률 4~5%를 고려해도 손실을 본 이들이 상당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결국 ING생명을 신한생명과 합병에 앞서 상장폐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금을 주고 일반 주주들 지분을 사는 방식이 아닌, 신한금융 주식과 ING생명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결국 ING생명 주주 입장에서는 금융권 최고의 고배당 주식이 평범한 금융지주 주식으로 바뀌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ING생명이 신한금융으로 넘어가기 전 MBK 측 경영진에 대한 대규모 현금 보상이 성사될지도 관심이다. 현재 행사가 가능한 ING생명 임원 28명의 주식매수선택권은 약 214만 주다. 행사가격은 주당 2만 2439원이다. 실제 주식발행이 아닌 차액보상방식이다. 현 주가로 따지면 약 200억 원 규모다. 주가가 움직임에 따라 액수도 크게 불어날 수도, 쪼그라들 수도 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