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도서관 민간사업자인 서면디앤씨(주)가 심의용으로 제출한 예상 조감도
부산시와 부산진구청은 7년간 표류하던 부전도서관을 공공개발로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 같은 개발방식 변경은 오거돈 부산시장과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간의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시와 구의 변경된 계획이 발표되자 거친 잡음이 일고 있다. 상업성을 배제하고 정통성을 지키겠다는 명제에는 공감하지만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 민간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존 사업자의 반발이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 아무런 대책 마련도 없이 발표를 서둘러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전도서관은 하계열 전 구청장 재임 시절의 부산진구청이 지난 2011년 BTO 방식으로 개발 사업을 결정했다. 해당 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500억~600억 원을 투입, 지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 인근에 위치한 부전도서관 건물(2층, 1963년 건축)을 허물고 지하 3층, 지상 8층 규모의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해 20년 동안 사용한 뒤에 부산시와 부산진구에 기부한다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그간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부산진구청은 2012년 1월 20일 해당 사업에 대한 민간사업자 모집공고를 냈다. 이어 같은 해 11월 30일 부산진구청과 민간사업자인 서면디앤씨(주) 간에 협약이 체결됐다.
이런 가운데 논란거리가 생겼다. 부전도서관은 부지는 부산진구 재산이지만 건물은 부산시 소유여서 양측의 협의가 있어야만 이 같은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사업의 전체적인 계획이 부산 최초 도서관이라는 역사성에 비춰, 상업성이 지나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부산시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변경안 의결이 순탄치 않았다. 시의회는 두 차례나 의결을 보류한 끝에 ‘옥상 층에 부전도서관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통과시켰다.
이후 해당 사업은 2014년 12월 건축허가를 취득했다. 하지만 부산진구가 시의회의 부대의견 이행이 불가하다는 취지로 2016년 11월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이후 조정이 진행됐다.
조정이 진행되는 중에 2018년 6월 진행된 지방선거를 통해 부산시와 부산진구청의 수장이 기존 자유한국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동시에 바뀌었다. 새롭게 취임한 오거돈 시장과 서은숙 구청장은 상업성이 지나치다는 지적에다 무게를 뒀다. 이를 대의명분으로 삼아 BTO 방식으로 진행되던 사업을 공공개발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공공개발로 사업방식이 변경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부전도서관의 현재 모습.
부산시 등의 발표는 논란을 일으켰다. 먼저 오거돈 시장과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이 이 같은 공공 개발 결정을 했다면 최소한 기존 사업자와의 법적 분쟁 해결 또는 재원 마련 방안 등을 결정한 뒤에 발표했어도 늦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공공개발에 대한 재원 마련 방법 및 공사비용 등이 제대로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해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간사업자 측의 반발은 당연했다. 사업자인 서면디앤씨(주)는 먼저 부산시의 행정력 미비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서면디앤씨 관계자는 “사업자 공고 전 부산시와 부산진구 간의 협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시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임의대로 부산시의회에 상정했으며, 부산시의회 의결 후 관련기관 및 민간사업자와의 협의 시 미온한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부산진구의 신뢰성 파괴도 함께 지적했다. 서면디앤씨 관계자는 “사업협약에 따라 부산진구와 민간사업자 간 계약이 된 사업에 대해 일방적인 사업의 해지 및 사업방식의 전환 결정은 부당한 처사”라며 “공공기관인 부산진구가 민간사업자와 협의도 전혀 없이 사업을 해지하는 것은 일반적인 도의를 벗어나는 행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도 부산진구의 사업전환 요청이 있는 경우 민간사업자와의 협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정절차임에도 이를 간과했다. 특히 행안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 합의 도출이 임박한 상황에서 부산진구의 일방적인 공공사업 전환 결정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면디앤씨는 사업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에 나설 계획이다. 서면디앤씨 측은 2012년 부전도서관 재개발의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6년 7개월간 실시설계안 작성, 사무실 운영 등에 70억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면디앤씨 관계자는 “이뿐만 아니라 부전도서관이 민간 개발됐을 경우 향후 20년간 최소 150억 원 이상의 기대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본다”며 “매몰비용과 기대수익 등을 정확히 산정해 부산진구청에 보상금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진구 관계자는 “공유재산관리계의 의결이 결정되면 사업자에게 곧바로 계약해지를 통보할 것”이라며 “이후 해지지급금 산정에 나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호 간에 금액이 맞지 않으면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사업조정을 진행하던 행정안전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공공기관이 먼저 BTO 사업을 파기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이 이렇게 진행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전도서관의 개발방식 변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부산시와 부산진구청이 공공개발에만 집착하며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보여주기 행정을 펼친 게 아니냐는 날선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