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추가로 16일 4명의 인사가 단행되면서 2기 인선이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두 번째 인사에서는 1명 외에는 청와대 근무자들의 전보나 승진 임명이었다. 신임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노무현정부 청와대 춘추관장을 역임한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를 임명했다. 대통령비서실장 직할로 신설된 연설기획비서관에는 최우규 현 홍보기획비서관이 자리를 옮겼다. 새 인사비서관에는 김봉준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승진 임명됐다. 교육문화비서관실에서 분리 신설된 문화비서관에는 남요원 현 문화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승진 임명됐다.
이렇게 2기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청와대를 움직이는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구성은 1기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 12수석(8수석·2보좌관·2차장), 48 비서관 체제에서 2기에는 자영업비서관 신설로 비서관 자리가 하나 늘어난 3실장 산하 12수석, 49 비서관이 됐다.
개편 2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시민사회, 운동권 출신 색채가 더 진해졌다는 점이다. 총 64명의 청와대 고위직 중 대략 23명이 운동권으로 약 35%에 달한다. 먼저 청와대 핵심으로 통하는 비서실장이 운동권 핵심이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제3기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전설적인 운동권으로 통한다.
수석급에서는 한병도 정무수석과 정태호 일자리수석이 운동권 출신이다. 한 수석은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3기 전북지역 조국통일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정 수석은 서울대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삼민투) 부위원장 출신으로 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2차례 투옥된 바 있다.
비서관급에서는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인사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 국민대 총학생회장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부산대 총학생회장 송인배 정무비서관, 국민대 총학생회장 권혁기 춘추관장, 성균관대 총학생회 부회장 김우영 제도개혁비서관이 있다.
여기에 전대협 사무국 출신으로 김종천 의전비서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전대협 연대사업국장 활동을 했던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있다. 고려대 삼민투 활동을 했던 김의겸 대변인, 건국대 점거농성 학생 대표 정현곤 시민참여비서관, 서총련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김영배 정책조정비서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출신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전남대 운동권 핵심으로 분류되는 민형배 자치발전비서관이 있다. 16일 합류한 유민영 신임 홍보기획비서관도 성균관대 운동권 출신이다.
진보, 시민단체 출신의 대표는 장하성 정책실장이다. ‘재벌 저격수’로 통했던 장 실장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아 오랫동안 활동했다. 조국 민정수석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을 역임했다.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조현옥 인사수석은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위한 연대사업을 추진했던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였다.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 16일 임명된 남요원 신임 문화비서관은 문화예술계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남 비서관은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무총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참여정부 이력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50% 이상이 참여정부에서 부처를 거쳤거나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등을 역임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해온 참여정부 청와대의 ‘얼굴’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굵직한 경험을 쌓은 인사만 추려봐도 다음과 같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참여정부 청와대 경험을 두루 쌓았다고 평가 받는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에서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과 제10대 환경부 차관을 역임했다. 조현옥 인사수석은 인사수석실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냈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참여정부 정책수석비서관실 행정관, 홍보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최근 합류한 유민영 홍보기획비서관도 참여정부 청와대 춘추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 실무주역으로 안보정책비서관을 맡은 바 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조 장관은 다시 한 번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을 맡은 바 있다.
흔히 ‘문고리’로 분류하는 제1, 제2 부속비서관, 총무비서관도 참여정부와 인연이 있다. 조한기 제1 부속비서관은 참여정부 시절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거쳐 한명숙 국무총리의 의전비서관을 역임했다. 전임 제1 부속비서관인 송인배 정무비서관도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 사회조정비서관실 행정관, 사회조정2비서관을 거친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제1 부속실장에서 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송화 제2 부속비서관도 참여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참여센터 전문위원을 맡은 바 있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수석실 경제정책행정관을 맡은 바 있다.
여성계는 이번 청와대 2기에서 여성 비율에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로서 여성 인재를 등용해 여성 비율을 30%에서 임기 내 50%까지 끌어올려 남녀동수 내각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1기 비서실은 엄규숙 여성가족비서관,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 등 여성 참모진이 9명으로 여성비율이 약 17%에 불과했다. 2기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이 떠난 자리에 정현곤 시민참여비서관이 임명되면서 8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실질적으로 뚜껑을 열어봤을 때 정부 부처에 포진된 여성 비율이 너무 낮았다.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광역단체장 급에서는 여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국민에게는 신선함이나 감동이 없는 인사였다. 최근 지속적으로 국정지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장하성 정책실장 경질 등 전면적인 경제, 민생정책을 반영할 수 있는 인사가 단행돼야 한다”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개각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