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스타이자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으로 대회에 나설 ‘배구여제‘ 김연경. 연합뉴스
[일요신문]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44억 아시아인의 축제’ 아시안게임이 돌아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8일 개막식이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한민국은 39개 종목에 807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한국은 지난 1998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6회 연속 2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6일간의 대회,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까. ‘일요신문’이 주요 관전 포인트 등 아시안게임 100배 즐기기에 나섰다.
#‘유종의 미’ 노리는 베테랑 스타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일부 스타들이 나서는 마지막 대회가 될 전망이다. 각 종목에서 오랜 기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해온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 힘까지 짜내고 있다.
사격을 대한민국의 효자종목으로 직접 만든 장본인인 진종오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1979년생인 그는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이다.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고 선언한 바 있는 진종오. 연합뉴스
올림픽에서만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진종오는 그간 4번의 아시안게임에서 1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중 금메달 3개는 모두 단체전 메달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펜싱 플뢰레에 출전하는 남현희도 이번 대회에 나서는 대한민국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이다. 진종오와 마찬가지로 4년마다 열리는 지난 4번의 대회에 나섰다. 이 기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따낸 금메달만 6개다.
그는 선수생활 내내 시달려온 부상으로 이번 대회 출전 자체가 우여곡절이었다. 급기야 지난 5월 오른쪽 무릎 반월판 연골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수술 35일 만에 피스트에 복귀했고 당당히 대표 자격을 따냈다. 남현희가 선수생활 내내 따낸 메달 수만 98개에 이른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100개를 채우고 싶다”는 남다른 목표를 세웠다.
‘배구여제’ 김연경도 이번 대회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공산이 큰 선수 중 한 명이다. 한국 여자배구 ‘황금세대’를 이끌어온 김연경은 다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전히 30대 중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터나 미들블로커 등 다른 포지션에 비해 김연경이 맡은 윙스파이커의 선수생명은 짧다. 또한 세계랭킹 포인트가 주어지지 않는 등 이점이 적은 대회인 아시안게임에는 대표 선수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김연경은 역대 대표팀이 한 번도 이룩하지 못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 일본 등 라이벌 국가들이 일부 주전급 선수를 제외했던 지난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는 우승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인도네시아 출국길에 앞서 “좋은 실력을 지닌 팀들이 많지만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2002년 부산 대회에 나섰던 아버지 이종범처럼 아들 이정후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일요신문DB
#“우리가 주인공” 신데렐라 꿈꾸는 ‘새내기’들
오랜 시간 국가대표로 활약해 온 선수들이 마무리를 준비하는 반면 국제종합대회에 첫 선을 보이는 새내기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양학선이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고 손연재가 은퇴한 체조에서는 ‘레전드’ 여홍철 KBS 해설위원의 딸 여서정이 도마 종목에 나선다. 여 위원은 자신의 딸에 대해 “내 힘과 탄력을 물려받은 것 같다”면서 “지금의 서정이가 나의 16세 때보다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배드민턴에선 여서정과 같이 2002년생 막내 안세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배드민턴 최연소 국가대표로 대회에 나선 안세영은 개막에 앞서 지난 16일 열린 인도네시아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 출전해 승리했다. 세계 최강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여자단식에서 승리를 거둬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효자종목 태권도에서는 강보라가 기대주다. 택견 전수자인 아버지로부터 태권도와 함께 택견 수련도 받았기에 신체 중심 싸움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등 자신의 체급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고등학생의 어린 나이에 대표 자격을 획득했다.
또 축구와 함께 관심 종목인 야구대표팀 이정후는 대회에 극적으로 참가하게 된 ‘특급 신인’이다. 그는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당초 야구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되며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명단 탈락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이 부상 선수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합류했다. 이정후가 현재 KBO 리그 타율 1위에 올라있는 만큼 현재 감각을 유지한다면 야구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이정후가 속한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아버지 이종범과 함께 사상 첫 ‘부자 야구 금메달리스트’라는 영예를 얻게 된다.
#대회 최고 스타들, 팀에서는 주장 역할까지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한 아시안게임에서 국제적 명성을 가진 스타들의 참가는 흥미를 더하는 요소가 된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손흥민은 대회 최고 인기스타 중 한 명이다.
세계 최고 축구리그로 손꼽히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는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실제 ‘영접하기 힘든’ 스타의 방문에 인도네시아 현지도 들썩거리고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도 대한민국이 보유한 ‘월드클래스’ 스타다. 유럽배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MVP 수상을 경험했고 세계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해외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그를 롤모델로 꼽고 있을 정도다.
세계적 위상을 자랑하는 손흥민과 김연경은 대표팀에서는 주장을 맡고 있다. 각각 팀에서 최고참 축에 속하는 이들은 뛰어난 기량 외에도 각자의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손흥민과 김연경이 나서는 종목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금메달을 획득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3×3 농구 연령제한 있으나 마나’ 허술한 대회운영 짜증 유발 아시안게임은 4년에 한 번 벌어지는 아시아 지역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다. 하지만 스타들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는 팬들의 설렘 이면에는 허술한 대회 운영으로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김학범 감독은 대회 조편성과 일정 문제로 속앓이를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종목은 4개국씩 6개조로 나누는 조추첨을 지난달 5일 완료한 바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과 아랍에미리트의 참가 신청이 누락된 것이 뒤늦게 발견돼 추가 조추첨을 실시했다. 경기수가 추가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김 감독의 기대감은 철저하게 무너져 내렸다. 아랍에미리트가 대한민국과 같은 E조에 편성되며 일정까지 조정이 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라크가 내부 문제로 불참을 선언하며 조편성에 또다시 변동이 생겼다. 대회 개막을 약 보름 앞둔 시점에 벌어진 일이었다. 일부 선수들이 제한 연령을 넘어섰지만 3X3 농구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진=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홈페이지 캡처 허술한 운영은 축구 종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3X3 농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아시안게임조직위는 이 종목에 23세 이하만 참가할 수 있다는 제한을 뒀다. 이에 국내에서는 23세 이하 선수를 선발하기 위한 선발전이 별도로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 연령제한을 넘어서는 선수들이 참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제 대회 홈페이지에 선수소개 메뉴에서는 23세를 훌쩍 넘어서는 선수들이 다수 등록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아시안게임의 위상이 과거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당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베트남 정부가 경제사정을 이유로 포기를 선언하며 개최지가 변경된 바 있다. 대회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매끄러운 운영이 필요해 보인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