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스님이 8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즉각 퇴진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은처자, 성폭행 등의 의혹을 받아 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퇴진 의사를 밝혔다.
설정스님은 이날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잘못된 종단의 상황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습니다만 뜻대로 이루지 못했다.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퇴진 의사를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설정스님은 이후 조계사에 들러 참배를 하고 차를 타고 수덕사로 떠났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설정스님은 자신과 관련한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한국불교의 현실에 대해 비판을 이어나가던 설정스님은 “이 자리에서 다시 분명히 말씀드린다. 그런 일이 있다고 한다면 여기 나오지 않았다”며 “이 일을 밝히기 위해서 힘쓸 것이다. (의혹이) 사실이 아닐뿐더러 그렇게 해야 종단의 위신이 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정스님은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드러냈다. 설정스님은 “(나에 대해 보도를 하려면) MBC PD는 당사자인 나에게는 적어도 한마디라도 들어야 했다”며 “요즘 또 ‘유전자 검사 확인 결과 친자로 확인됐다’고 어느 방송에서 그랬다. 대체 그게 뭔 짓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설정스님의 갑작스러운 퇴각 결정이 조만간 예정된 원로회의의 결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불과 얼마 전인 8월 13일 설정스님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8월 16일 조계종 중앙종회가 설정스님에 대한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의 건’을 가결하면서 22일 원로회의에서 불신임안 인준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원로회의를 통해 불신임안이 인준되면 설정스님은 총무원장직에서 해임된다.
한편 설정스님이 즉각 사퇴를 결정함에 따라 당분간 총무원장은 총무부장인 진우 스님이 맡을 예정이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