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회법에는 여성 국회의원들의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내용이 없다. 여성 의원의 임신 및 출산을 위한 제도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박은숙 기자
기자가 지난 21일 신보라 의원실을 방문했을 때, 만삭이라는 불편한 상황에도 신 의원은 보좌진들과 회의를 진행하며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신 의원은 9월 쌍둥이 출산을 기다리고 있지만 출산휴가를 누릴 수는 없다. 때문에 그는 여성 국회의원의 임신‧출산 휴가를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의장은 여성의원이 임신 또는 출산으로 인한 휴가를 원하는 경우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이 경우 휴가기간은 90일로 하되 그 기간의 배정은 출산 후에 45일 이상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입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신 의원은 출산휴가를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신 의원은 자신이 출산휴가를 얻는 것에 대해선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법안이 통과된 이후 다른 여성 의원들의 출산휴가가 보장되길 바라고 있다. 결국 신 의원은 출산 후 공식적인 출산휴가를 쓰기는 어렵고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에 무단결근을 할 수밖에 없다.
임신한 상태로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김희정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출산휴가를 쓰지 못했다. 장하나 전 민주당 의원도 국회에 입성해 임신과 출산을 했지만, 정작 휴가는 없었다. 이들도 출산휴가가 없는 상태로 출산을 하게 돼 국회 본회의 장기간 ‘무단결근’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됐다.
신보라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신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했을 때 많은 반발도 따랐다. “혈세 받아놓고 쉬러 가냐” “이래서 여성 의원은 뽑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졌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장기간의 휴가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 사업체의 여성들은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1~2년까지 휴가를 가질 수 있는데, 고작 4년이 임기인 국회의원들이 일반 여성처럼 출산 및 육아휴직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 의원도 육아휴직이란 사업체에서 ‘복지’차원으로만 제공될 뿐, 국회의원이 사용하기엔 적절치 못하다고 공감했다. 때문에 ‘기본’인 출산휴가만이라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국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중장년 남성들이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 의원 보호에 무관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여성 의원들은 왜 여기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까. 장하나 전 의원은 “임기 중에 출산하는 것은 같은 여성 국회의원도 와 닿지 않았을 것이고, 아무래도 청년 국회의원이 적다보니 법안 발의가 늦어진 것 같다”며 “남자 의원들은 (출산과 육아가) 자기 일 같지가 않으니 (미처 챙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전 의원은 “저는 그 당시 이를 보장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그 대신에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에게 ‘여성‧청년 의원들을 위해 법안을 재정비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박 전 사무총장이 그때는 ‘알겠다’고 했는데, 이후에 아무것도 안 했더라. 그래서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장 전 의원은 “이번 신 의원의 법안 발의에 남성 의원들의 육아휴직도 포함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남성은 출산의 당사자가 아니니 남성 의원들의 육아휴직은 보장이 안 된다? 이건 여성에게 독박육아 하라고 국회가 못 박는 꼴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출산을 앞둔 신 의원은 아이를 동반한 국회의원의 국회 출석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