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고점 우려를 내놓는다. 그런데 이미 미국에 앞서 우리 증시는 고점을 지난 모습을 보인다. 특히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던 간판 종목들의 구조적 부진이 눈에 띈다. 국민생활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3일 코스피지수가 9.27포인트(0.41%) 오른 2282.60으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들어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국민연금 수익률에 비상등이 켜졌다. 연합뉴스
# 기세 꺾인 코스피…고개 숙인 코스닥
코스피는 2008년 10월 말 892.16의 최저가에서 2011년 5월 2200선까지 오르다 이해 여름 유럽 재정위기로 1700선이 무너진다. 2012년 봄 강세장 전환에 성공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 올 1월 최고가인 2607에 도달한다. 2008년 저점 대비 2.92배다. 지난 22일 현재 2270선으로 약세장 기준선 2086.68과는 200포인트 차이다. 코스닥은 2008년 10월 245.06이 저점, 올 2월 932.01이 고점이다. 지난 17일 743.68로 약세장 기준(745.60)을 건드렸다. 현재 780선으로 강세장 회복까지는 13%가량 남았다.
# 신흥국부터 끝나가는 IT잔치
1990~2000년 강세장을 이끈 것은 인터넷 혁명을 주도한 정보·기술(IT) 버블주였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미국의 강세장을 이끈 것도 모바일 혁명을 주도한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IT ‘독수리 5형제’(eagle5)다. 신흥시장에서도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등 IT 5마리 ‘용(5龍)’이 증시를 주도했다. 다만 우리나라 코스닥을 주도한 것은 IT가 아니라 셀트리온, 삼성바이오, 신라젠 등 바이오주였다.
얼마 전 뉴욕 증시에서는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IT 거품 논란이 일었다. 뒤이어 중국 BAT 주가도 급락했다. 미국 증시는 애플이 사상 첫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에 오르며 반전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에서는 반전이 없었다. 현재 중국상해종합지수는 2700선으로 2015년 6월 기록한 고점 5178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우리나라 증시의 모습은 미국보다 중국에 좀 더 가깝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표주들이 ‘애플’과 같은 반전을 연출해내지 못해서다.
# 주력산업 간판주 줄줄이 부진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가 7.87% 하락했는데 삼성전자는 9.54%나 떨어졌다. 2000년 이후 18년간 주가 흐름을 보면 삼성전자는 하락장에서는 코스피보다 덜 떨어지고, 상승장에서는 더 많이 오르는 특성을 보여왔다. 오히려 코스피가 하락한 해 삼성전자는 상승(2002년, 2003년, 2011년)하기도 했다.
물론 코스피가 오를 때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한 해도 있었다. 2006년, 2007년, 2013년, 2015년이다. 비록 삼성전자는 하락했지만 다른 대형주들이 선전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코스피가 하락할 때 삼성전자가 더 떨어진 적은 없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 1% 이상인 20개 종목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곳의 수익률이 시장을 밑돈다. 올해 주가가 오른 종목은 5개뿐이다. 반도체 쏠림에 대한 우려가 커진 삼성전자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증시에서 IT 다음으로 비중이 큰 자동차, 화학, 금융 대장주들이 모두 부진하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 중이고, 금융은 은행의 사상 최대 이익에도 규제 강화로 이익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주가가 약세다. 증권사들은 하반기 들어 올해 코스피 3000 전망을 접었다.
# 주식투자 안 해도 ‘불똥’…국민연금 등 수익률 비상
대형주들의 부진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일반 국민에게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 보유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올해 코스피 수익률을 하회하는 종목이 무려 7개다. 이미 5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투자 수익률은 -1.19%로 시장평균 -0.93%에 못 미친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의 국내 주식투자 현황 역시 국민연금과 비슷하게 대형주에 집중한다. 대형주가 부진하면 이들 연금 수익률이 하락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매년 적자지만 부족분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액 131조 원 가운데 상위 10개 종목이 58조 원으로 44.7%다. 이들 종목이 부진하면 시장 수익률을 이길 수 없다. 그렇다고 시장 영향력이 큰 이들 종목을 처분하면 주가가 하락해 수익률이 더 하락할 위험도 크다. 수익률이 부진하면 연금 고갈 시점은 더 당겨지는데, 이는 결국 주식을 팔아 연금을 지급할 시점이 더 빨리 다가온다는 뜻이다. 증시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주식을 파는데 이를 받아줄 세력이 마땅치 않다면 증시는 절단이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열희 언론인